식물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독성을 지닌다. 자기 보호용이다. 야생 식물과 꽃 뿐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것들 가운데도 독성식물이 많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독성이 강한 경우 즉사할 수도 있다. 미국이 경우 집안의 콘센트 때문에 다치는 사람이 연간 3900명인 반면, 식물에 중독된 사람은 무려 6만8847명에 달한다. 각종 유명한 미스터리 작품을 쓴 작가 에이미 스튜어트가 악독하기 이를 데 없는 식물들의 세계에 잠입, 그 실체를 드러냈다.
투구꽃은 종종 식용식물로 오해를 받지만 식물전체가 맹독성으로 질식사를 유발한다. 피부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마비, 가려움증, 심장병을 유발한다. 이 꽃을 다룰 때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야 하며, 당근 모양의 흰색 뿌리는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캐나다 배우 안드레 노블은 2004년 도보여행을 하다 투구꽃 때문에 사망했다.
피마자기름은 전통적으로 설사약으로 효능이 뛰어나며 근육통과 염증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가정상비약이지만 피마자 씨앗에 독성이 있다. 씨앗 서너개면 목숨도 앗아간다.
코요티요 열매는 완전범죄에 딱 막는 미스터리 식물이다. 마비를 유발하는 화합물을 함유한 이 열매는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잠복기간이 길다. 며칠 또는 몇 주간 중독상태란 걸 모르다가 어느 순간 마비증세가 나타난다. 발에서 시작해 종아리로 이동, 수족을 묶어버린 뒤 호흡기관을 공략하고 혀와 목을 마비시킨다. 멕시코에서 2년간 코요티요 열매를 먹고 죽은 사람이 50명에 달한다.이 치명적인 열매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식물 중에는 끔찍한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마약사범들도 있다. 코카나 빈랑자 잎을 씹는 것을 전통으로 여기는 곳도 있지만 이를 씹거나 차로 마시거나 돌돌 말아 피우면 환각, 천식, 구강암,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유명한 마약사범 식물로는 대마, 양귀비, 독말풀과 나팔꽃, 피부에 바르면 훨훨 날아가는 느낌 때문에 마녀의 비행약이라 불리는 사리풀 등이 있다.
방화범도 있다. 죽음의 잔디로 불리는 띠는 날카로운 잎사귀도 문제지만 가연성을 갖고 있어 한 톨의 불씨라도 있으면 초원으로 끌어들여 다른 식물들을 모조리 태워버리고 자신의 영역을 넓힌다.
인간의 역사에 식물이 어떻게 독약과 양약으로 쓰였는지 흥미롭게 들려주는 독초 백과사전이랄 책은 아름다운 삽화와 에칭 판화로 읽는 맛을 더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악한 식물들/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조영학 옮김/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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