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소득수준은 최저생계비보다 낮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인권 상황이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더 열악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 상황 실태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최저생계비 미만의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부양의무자 소득ㆍ재산기준 등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계층을 ‘비수급 빈곤층’이라고 한다.

인권위 조사 결과 비수급 빈곤층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약 51만9000원으로 올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인 60만3000원 보다 낮은 것은 물론 수급 빈곤층 생계비 약 54만7000원보다도 2만8000원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 빈곤층은 현금급여 외에 각종 현물지원도 받을 수 있어 비수급 빈곤층의 생활수준은 수급 비곤층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중 36.8%는 본인이나 가족이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등 삶의 수준이 벼랑 끝에 내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조차 사치에 가까웠다.

지난해 한 해 돈이 없어 겨울에도 난방을 못한 비수급 빈곤가구는 36.8%, 아예 난방이 되지 않는 주택에 사는 이들도 13.6%에 달했다. 특히 비수급 빈곤층 가운데 62.9%의 가구는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었다.

먹는 즐거움은 사치일 뿐 영양 상태마저 우려됐다. 1주일에 한 번조차도 고기나 생선을 먹지 못한다고 답한 경우는 73.8%에 달했다. 과일을 먹지 못한다는 답변은 67.2%, 과자나 커피 등을 먹지 못한다는 답변은 58%였다.

“추운 날 입을 수 있는 외투를 두 벌 이상 가졌느냐”는 질문에는 35.1%, “예식장 등에 갈 때 입을 수 있는 정장을 한 벌 이상 가졌느냐”는 질문에는 56.6%가 “없다”고 응답했다.

가난은 자녀의 ‘미래’마저 앗아가 ‘대물림’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수급 빈곤층 가운데 돈이 없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없었다고 답한 경우가 42.4%나 됐고,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시키지 못한 경우가 78.8%였다.

이렇다 보니 응답자 중 42.4%는 자녀의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양육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저축을 할 수 없다는 이들이 무려 94.7%에 달했으며 당장 단돈 50만 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응답도 86.4%였다.

심지어 비수급 빈곤층 중 5명 중 1명 꼴(20.2%)로 지난 1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해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위 의뢰로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팀(책임 연구원 문진영 교수)이 전국 비수급 빈곤층 300가구와 수급 빈곤층 10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방안을 수렴해 정책권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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