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위 위원장 인터뷰

“주주대표소송 가능 기업만 100곳 훌쩍 넘어”

“대표소송 비용 등 부담 쉽지 않아…신중하게 고민”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주주대표소송 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 100곳이 훨씬 넘습니다. 그 중에 중요성이 있는 약 20곳 기업을 추려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입니다.”

19일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 위원장은 최근 국내 기업 약 20곳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주주대표소송 서한을 발송했다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최근 재계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이사가 손해를 발생시켰는 지, 이 손해를 발생시킨 이사가 회사에 배상했는지 문의해 왔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원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 중 주주대표 소송을 할만한 문제가 포착된 잠재적 기업은 100곳을 넘는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그동안 국민연금이 조직 시스템이나 인력 등 한계로 인해 이들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뿐, 경각심을 가지고 회사 지배구조를 되돌아봐야 할 기업들이 그만큼 많다고 원 위원장은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주식과 관련해, 해당 기업 이사의 경영 판단 등으로 손해를 입었음에도 책임추궁 등이 미진할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원 위원장은 “회사 이사 등 경영자가 횡령·배임·뇌물 등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이 모든 행위가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며 “이번에 질의한 20여곳도 관련 사안의 중요도 등을 따져 혐의 사실이 정말로 있는 지 확인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위원장은 이번에 기업들에 요청된 사실 관계 문항이 주주대표소송을 걸 수 있는 법적 요건과 맞닿아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해당 기업들에 주주대표소송이 실제로 이뤄질 것이란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연금이 기업들에 당장이라도 주주대표소송을 할 것처럼 으름장을 놓는 통보 역시 전혀 보낸 적이 없다”며 “기업들의 현황에 대한 검토 차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수탁위가 주주대표소송의 주체로 변경되면, 소송이 남발할 수 있다는 재계 우려 역시 과도하다고 했다. 원 위원장은 막대한 소송 비용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구조적 여건상 기업 수십 군데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반박했다.

기업의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를 걸었는데 만약에 패소하면 상당한 소송비용을 국민연금이 물어줘야 할 수 있다. 소송의 구조상 설령 국민연금이 승소를 해도 국민연금이 배상액을 받는 것이 아니고 손해를 입힌 이사가 회사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구조여서, 국민연금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소송 실익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원 위원장은 “소송을 해서 만약 패소라도 한다면 수탁위에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질 것을 알고 있다”며 “실제 소송은 비용과 승소 가능성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이런 조치는 국민연금이 책임있는 투자를 효율적으로 하도록 하기 위한 절차 정비 성격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내에서는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위 모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기존에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소송을 시도할 경우 수탁위가 기금에 손실이 나지 않는지 등을 따져 소송 여부를 정해줘야 했다. 오히려 수탁위로 소송 권한을 넘겨 일원화하는 것이 기존 업무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원 위원장의 설명이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