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프랜시스 아널드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생명체의 화학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효소 단백질의 인공 개발법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2년 뒤 그는 세계적인 과학 전문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자신의 효소 관련 논문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구 결과가 재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논문의 제1저자가 연구 노트의 일부를 누락한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2012년 플로스 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28년부터 2011년 사이 철회된 논문은 4419개에 이른다. 의심스러운 데이터와 해석이 42퍼센트, 데이터 조작 같은 연구 부정행위에 따른 철회 비율은 20퍼센트였다.
영국의 심리학자 스튜어트 리치는 저서 ‘사이언스 픽션’(더난출판)에서 세기의 연구라는 과학적 업적에 가려진 가짜 실험과 조작, 데이터 누락, 통계 오류 등 과학 연구의 충격적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대중 과학 저자로 유명한 대니얼 카너먼, 스탠퍼드 감옥 실험으로 유명한 필립 짐바르도,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으로 잘 알려진 스탠리 밀그램, 국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인간 배아 복제 실험의 주인공 황우석 등이 사례로 등장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대니얼 카너먼은 2002년 인간의 합리적 혹은 비합리적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특히 베스트셀러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유명하다. 인간의 사고에서 일어나는 모든 실수와 편향에 대한 보고서라 할 책에서 카너먼은 ‘프라이밍(priming) 현상’에 대해 특별히 소개하고 있다.
즉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특정 개념을 프라이밍해 행동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노인과 관련된 단어들을 찾는 실험에 참가한 이들은 대조군보다 느리게 걷는다든지, 비윤리적 행동을 떠올리고 난 뒤 참가자들이 소독용 천을 집어 든다는 식이다. 카너먼은 책에서 다양한 프라이밍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이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는데 이 연구 결과들은 이후 모두 재현 실험에 실패했다.
과학계는 나름대로 검증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논문을 발표하기 전 동료 평가자들의 평가를 거친 뒤 과학 저널에 발표하고 이후 이를 다른 과학자들이 인용하면서 과학 지식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검증 시스템이 현실에서는 오작동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엉터리 결과로도 얼마든지 빛나는 과학적 이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논문 발표 횟수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학계 관행과 일명 ‘살라미 슬라이싱(salami slicing)’,즉 논문 대량 생산 현상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지 환경적 요인들을 제시한다.
즉 엄격하고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를 얻는 대신 명성과 연구 자금, 평판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특히 심리학 분야에서 다양한 사례를 끌어오는데, 책에는 ‘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의 저자 에이미 커디,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의 저자 매슈 워커 등 대중 과학 베스트셀러 저자들이 실제 연구 성과를 과장해 발표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대안으로 재현 연구를 전문으로 실어주는 저널이나 과학 연구 전 과정에 가능한 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사이언스 , 연구의 가설을 미리 제출, 실험의 목적과 결과를 모두 알 수 있도록 하는 연구 사전 등록 제도 등을 제시한다.
과학자의 일탈을 유혹하는 과학대중화시대, 시스템 오류의 과학계 내부를 고발한 메타과학의 역할을 보여준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이언스 픽션/스튜어트 리치 지음, 김종명 옮김/더난출판
meelee@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