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18일 2022년 학위수여식 개최
- 박사 663명 총 2741명 과학인재 배출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다른 사람이 잘 보지 못하는 내눈에만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해 우리사회에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8일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2022년도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휠체어 위에서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온 박혜린(전산학부)씨가 학사모를 쓴다.
혜린 씨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수학자의 꿈을 키웠던 혜린 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2017년 KAIST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생활하려면 자주 이동해야 했다. 혜린 씨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다. 수업 시간마다 강의실이 바뀌었고 때로는 다른 건물을 찾아가야 했다. 엘리베이터는 늘 사람을 가득 태운 채 내려와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기회를 얻을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힘든 적응기를 보내는 중에도 혜린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삶에는 언제나 장애물이 등장했기 때문에, 곤란한 점부터 헤아리기보다는 ‘나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아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조금씩 사라져가면서 학교생활에 익숙해진 혜린 씨는 2017년 12월 대통령 장학생으로 선발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장학증서를 받기도 했다.
수학자의 꿈을 찾아 수리과학과에 진학했지만, 학부 1학년 때 접했던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껴 전산학부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했던 2학년 가을학기에 학과 딘즈리스트(성적우수학생)에 이름을 올린 뒤 이듬해 전산학으로 과감하게 전공을 바꿨다.
장애인 편의시설의 유무가 아닌 전공 적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는 혜린 씨는 올해 3월 KAIST 전산학부 석사 과정에 진학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연구할 계획이다.
혜린 씨는 “제 앞길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겠지만, 저는 KAIST가 더 굳게 심어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그 장애물들을 넘어설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663명, 석사 1383명, 학사 695명 등 총 2741명이 학위를 받는다. 이로써 KAIST는 지난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1만5081명을 포함해 석사 3만6896명, 학사 2만152명 등 총 7만2129명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게 된다.
학사과정 수석 졸업의 영광은 이지영(물리학과) 씨가 차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는다. 이사장상은 방유진(기술경영학부) 씨, 총장상은 이정환(수리과학과) 씨, 동문회장상과 발전재단 이사장상은 각각 김예원(전기및전자공학부) 씨와 최지민(항공우주공학과) 씨가 수상한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청년연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강조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않고 거침없이 도전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졸업생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과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은 KAIST 명예박사학위를 받는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AI대학원 발전기금을 쾌척해 KAIST가 세계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과학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과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초석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편 이광형 총장은 18일 학위수여식장에 자신의 아바타를 등장시킬 계획이다. 메타버스 아바타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의 기술 기부로 제작된 아바타는 디에이징 기술로 이 총장이 대학을 졸업하던 40년 전의 모습을 재현해냈다.
이 총장은 “꿈을 이루기 위해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이를 악물고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되지는 못했다”면서 “그러나 대한민국의 기업문화를 바꾼 제자들을 길러냈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자랑인 KAIST를 세계 일류대학으로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라며 큰 꿈을 품고 두려움 없이 미래를 향해 전진할 것을 당부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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