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하루 전 섭외된 혼란의 상황

뉴욕타임스 비평가 호평 이끌어내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합]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조성진의 소리는 감정과 기교를 쏟아붓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돋보였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왼손의) 반주, 오른손의 빛나고 명확한 멜로디…”.

피아니스트 조성진(28)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연에서 빠진 푸틴 측근 러시아 연주자의 자리를 능숙하게 대체해 호평을 받았다. 러시아 연주자의 자리에서 러시아 작곡가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을 연주해 받은 호평이다.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음악 비평가인 조슈아 배런이 조성진의 지난 25일 오후 8시에 열린 공연에 대해 갑작스러운 공연에도 능숙했다고 평했다.

이날 조성진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러시아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역시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연주할 예정이던 공연에 들어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출연자가 바뀐 까닭이다. 기존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오랫동안 협력해 온 관계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4일(현지시간) 지휘자 먼저 교체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야닉 네제 세겡이 새롭게 섭외됐다. 조성진은 공연 당일인 25일 급박하게 출연자로 공지돼 마지막 공석을 채웠다. 조성진은 베를린 시간으로 25일 자정 연락을 받은 직후 비행기를 타고 7시간을 날아 뉴욕에 닿았다.

이날 조성진에게 주어진 '90분짜리 공연'의 연습 시간은 단 75분. 지휘자인 네제 세겡은 오페라 ‘돈 카를로’ 리허설을 하느라 빈필, 조성진과 연습할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빈필과 처음 연주하는 조성진에겐 카네기홀 협연 역시 처음이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연주에 나서게 된 상황에서 받은 호평이 더욱 뜻깊은 이유다.

조슈아 배런은 그는 이 공연이 원래 예정됐던 무대 이상이라고 평했다. 그는 “정치적 이유를 배제하더라도 라흐마니노프의 불안정했던 지휘를 군마(軍馬)와 같이 쏜살같이 달려나가며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보다는 더 좋은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의 더 나은 연주도 있겠지만, 금요일(25일)의 상황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힘겨운 싸움이 일어나는 이 곡에 비해 조금 가벼웠던 조성진의 터치도 용서할만하다”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