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냉전 봉쇄정책의 21세기 확장판
군사 억지ㆍ디커플링ㆍ정치고립 목표
푸틴 측근 소유 6천억 요트 獨당국 압수
美의회 항구적정상무역관계 취소법 발의
韓ㆍ호주 등으로 ‘확대 G7’ 꾸려 中견제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신(新) 봉쇄정책’을 펴고 있다. 1차 냉전 때 소련의 공산주의 확장을 막으려던 봉쇄정책의 21세기 확장판이다. 이번엔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돈줄죄기 등 세밀하고 입체적인 경제 제재와 러시아의 주요 20개국(G20) 퇴출 카드와 같은 정치적 고립 움직임까지 나온다. 초점은 러시아 내부의 변화를 꾀해 푸틴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는 데 맞춰져 있다.
▶권력층 자금 동결·항구적정상무역관계 취소=워싱턴포스트(WP)·로이터는 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대상 제재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산 동결 등이 목표다. 백악관·재무부가 명단을 추리고 있다. 미국이 솎아내는 올리가르히는 유럽연합(EU)이 앞서 제재 명단에 올린 26명과 겹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제재는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회사를 겨냥해 EU보다 복잡할 걸로 예상된다.
미국과 EU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제재 대상으론 철강 재벌 알리셰 우스마노프가 꼽힌다. 마침 우스마노프 소유로, 수리를 위해 함부르크 조선소에 있던 512피트(약 156m)짜리 요트를 독일 당국이 압수했다고 외신은 이날 보도했다. 세계에서 6번째로 긴 요트로 평가되며 가격은 6억파운드(약 6000억원)라는 추산이다.
이와 별도로 미 법무부는 ‘클렙토캡처(KleptoCapture)’라는 태스크포스(TF)를 띄웠다. 부패한 올리가르히가 불법적으로 획득한 재산 압류를 위해 민형사상 재산몰수법을 활용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국정연설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모든 영토를 방어할 거라며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억지 방침을 천명하고 푸틴 대통령과 연결된 부유한 러시아인을 향해선 요트, 호화 아파트, 전용기를 찾아내 압수하겠다고 경고한 걸 전방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미 의회도 러시아 경제 옥죄기에 나섰다. 상원 소속 론 와이든 재정위원장은 러시아가 2012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얻은 ‘항구적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취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게 통과하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현재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EU는 러시아 선박이 역내 항구와 해상에 접근하는 걸 제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발디 돔브로브스키스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러시아의 해양부문 제재를 검토하기 위한 일부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면서다. 바이든 행정부도 러시아 국적 선박의 미국 입항을 금지할 걸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전했다. 서방이 하늘길에 이어 뱃길까지 러시아에 내어주지 않으려는 셈이다.
▶“G20에 러시아 설 자리 없다”=외신에 따르면 유럽 안보 전문가인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회장은 서방의 군사력 유지, 러시아 경제와 탈동조화(디커플링), 러시아의 정치적 고립을 신 봉쇄정책의 ‘3대 축’이라고 봤다.
그는 G20엔 러시아의 자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G20은 주요 7개국(G7)을 확대 개편한 세계경제 협의체로 러시아, 한국을 포함해 1999년 12월 발족했다. 앞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와 러시아의 G20 회원국 재검토 문제를 논의했다고 지난 1일 밝혔는데 이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는 한 서방은 러시아와 전략적 안정을 위한 회담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달더 회장은 1차 냉전 때와 이번이 다른 점은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라며 러시아를 봉쇄하려면 중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유럽, 북미의 민주주의 국가가 정치, 경제, 군사적 유대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건데 이를 위한 방법으론 호주와 한국, EU, 나토의 수장을 포함해 G7을 확대하는 거라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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