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10달러 돌파 후폭풍
OECD국가 중 원유의존도 1위
항공사 직격탄·석화업계 수익 감소
장기화땐 정유사도 수익 타격
“에너지 효율화 산업구조 개선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교전이 지속됨에 따라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되며 3일 국제유가가 110달러(배럴당)를 넘어섰다. 이는 2011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08년, 2011~2014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의 초고유가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원유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그만큼 산업 구조상 우리 기업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직접적으로는 정유업체들의 원가율을 높이게 되지만, 석유가 ‘산업의 혈액’이라 불리는 만큼 업계 전반의 비용 증대를 유발해 전체 기업들의 실적 및 가격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의 피해를 고스란히 보는 곳은 항공사다. 항공유(제트유) 가격은 지난달 일찌감치 110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여객수도 많이 줄어든 데다가 유류비는 탑승 인원과 무관하게 지출되는 고정비다. 통상 유류비는 항공사 전체 운영비의 20~30%를 차지한다. 유가 상승시 유류할증료를 운임에 포함시키지만 이를 통해서도 100% 보전이 어렵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유류할증료, 파생상품거래 등을 통해 유가 변동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실적 개선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속적인 유가 상승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토로했다.
정유사의 경우 유가가 오르면 비교적 유가가 낮을 때 매입했던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 재고 평가이익이 증가한다. 그러나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석유 수요가 줄고 원유 수입 단가는 올라가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유가가 너무 낮지 않게 유지되는 선에서 적정한 석유 제품 구매가 지속돼야 정제마진(제품가격에서 원유가격와 수송·운영비 등을 뺸 금액)이 호조를 보일 수 있다.
국제유가의 강세는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Naphtha·중질 가솔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나프타를 주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또 정유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원유 가격을 비교적 시시각각 반영할 수 있는 반면 화학업체는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는 데 제약이 있다. 판매가(매출)는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원재료비만 오르면 수익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고객사에 대한 제품가격을 곧 바로 올리기 어려운게 현실”이라며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 LPG(액화천연가스) 등의 원료 및 수급처 다변화를 통한 위험 분산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치솟으면 석유와 석유화학제품을 사용하는 다른 업종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고유가는 전기 요금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 이에 전기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철강사, 조선사들도 에너지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들도 기름값이 오르면 차량 구매 수요가 떨어질 수 있어 긴장하게 된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현재 회원국 중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한국이다. 국내총생산(GDP·만달러) 대비 원유소비량이 5.70배럴로 캐나다(5.07배럴)와 칠레(5.00배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신흥국인 브라질(5.87배럴)과 인도(6.41배럴)와 비슷하며 중국(3.49배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요국인 미국(3.00배럴), 일본(2.36배럴), 독일(1.94배럴), 스위스(0.87배럴) 등과도 큰 격차를 나타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서 국제유가 상승시(100달러 기준) 산업별 원가상승률을 추정한 결과 정유(23.50%), 철강(5.26%), 화학제품(4.82%), 선박(1.47%), 자동차(1.40%) 등의 순으로 올라간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제·산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경원·김지윤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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