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행정적 책임 물어야”

시민단체, 선관위원장 등 고발

제20대 대통령선거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 투표 과정에서 부실 관리 논란이 이어지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고발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법조계에선 실제 형사처벌 가능성을 떠나 비밀투표 원칙이 침해되는 심각한 문제여서 선관위에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7일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세련은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한 채 투표사무원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투표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3자 등이 투표 내용을 볼 수 있게 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노 위원장 등을 대검에 고발했다.

법조계에선 지난 4~5일 있었던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 투표 과정이 헌법으로 보장된 비밀선거 원칙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급 선관위원장 경력의 전직 헌법재판관은 “헌법의 비밀투표와 법률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비밀 선거나 선거의 공정한 절차가 보장이 안 됐단 점에서 선관위에 엄중한 행정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직접·비밀 투표 관련 논란을 야기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형사처벌과 별개로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어떤 식으로도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번 선거관리 부실로 인한 선거 공정성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 위원장이나 선관위 관계자의 실제 위법 문제로 이어지기엔 모호한 부분도 있다.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사전투표에서 발생한 혼란은 임시 기표소 내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별도 투표함이 없던 것에서 비롯됐다. 선관위도 해당 규정을 들어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선거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확진자 투표소에 투표함이 있으면 제일 좋고, 투표함이 없으면 투표함까지 공정하게 배달하면 되는 건데, 여태까진 그런 걸 상정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며 “투표소마다 투표함은 한 개만 두게 돼 있는데 결국 바깥에서 투표를 했다면 여야 참관인이 동행을 했으면 문제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책임은 차후에 선거 끝나고 가려지겠지만 (선거 당일) 9일에 제대로 한다고 해서 4~5일에 있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앙선관위와 행안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사전 투표 부실 관리에 대해 비판하며 시정을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기표 후 투표용지를 허술하게 쇼핑백 등에 허술하게 보관한 점, 선거보조원들이 투표용지를 대신 받아 처리한 점 등을 들며, “전체적인 관리 책임을 맡은 선거 관리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4~5일 사전투표는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방식이 아닌, 선거사무보조원이 이들로부터 투표용지를 넣은 봉투를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자신의 표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는 점에 대한 항의도 나왔다. 특히 투표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 등에 보관되거나, 특정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나오는 사례도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거나, 기표된 투표용지가 제3자에게 공개된 점 등이 비밀·직접 선거 원칙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헌법 67조 1항은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고 명시한다. 공직선거법 157조도 기표 후 다른 사람에게 내용이 보이지 않게 투표지를 접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박상현·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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