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스포츠인권 관련 연구용역보고서
청소년·성인 선수 908명 대상 설문조사
10명 중 8명 “폭력 대응 매뉴얼 없다”
“학대·성평등 등 가이드라인 세분화 필요”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운동선수 절반 이상이 운동을 하면서 폭력을 당했으며, 주변의 폭력·성폭력 경험 사실도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 사태 등을 겪으며 운동선수들의 인권 증진 노력이 이어졌지만, 현장에서는 폭력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1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부경대 산학협력단에 의뢰, 제출된 ‘스포츠인권 헌장·가이드라인 정비 연구’ 용역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해당 보고서 연구진은 초·중·고·대학교의 성인·장애인 운동선수 9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참여한 선수 58%는 ‘운동하며 맞은 적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운동을 하면서 성희롱·성폭력 피해 상황이 일어나고 있느냐’는 질문엔 ‘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2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57%는 “본인이나 동료가 폭력·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력 경험 이후 주변 가족이나 동료 또는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는 경우가 75%에 달했다. 폭력·폭행 발생 시 대처 방안과 처리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는 응답도 83%에 이르렀다. 성희롱·성폭력의 경우에도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답변이 83%였다.
스포츠인권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거나 선수·지도자 등 관련자 대상 인권교육이 실시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각각 27%와 2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스포츠 분야에서 인권보호는 잘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는 답변 비중 역시 26%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인권위가 2010년 스포츠인권 헌장·가이드라인을 채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2019년 체육계 ‘미투’ 사태와 그 이후에도 이어진 각종 폭행 사건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기존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이 폭력·성폭력·학습권에 대한 분야별 가이드라인으로 적용에 한계가 있다며, 스포츠인권 헌장을 중심으로 괴롭힘·학대, 폭력·성폭력, 학생선수, 성평등, 차별금지에 대한 각각의 가이드라인 정비 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체육단체·지방체육회 평가에 ‘인권증진’을 포함하고, 스포츠인권 헌장·가이드라인 적용·활용 여부를 평가지표로 활용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지속적인 이행점검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체육단체들과 유기적 협력 등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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