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미술관도 ‘아시아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유럽에서 태동해 미국이 장악했던 현대미술의 파워가 아시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8년 개관하는 홍콩공립현대미술관 ‘엠플러스(M+)’와 내년에 문을 여는 ‘국립미술관 싱가포르’는 아시아 현대미술의 ‘허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는 경매를 중심으로 한 미술품 매매 시장에 국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근현대 미술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세계적 흐름을 선도하는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근 “서양의 시각만으로는 더이상 근현대 미술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아시아 미술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 미술관을 집중조명했다.
▶초밥집도 컬렉션 ‘M+’= 엠플러스 미술관은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빅토리아 해안의 2km 매립지에 들어선다. 건축 비용만 50억홍콩달러(7137억원)고, 전시공간은 6만㎡로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5배 크기다.
엠플러스는 먼저 도쿄 신바시에 있던 초밥집을 통째로 홍콩으로 옮겨왔다. 초밥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레스토랑 전체를 아트 컬렉션화 한 것이다.
‘기요도모’라는 초밥집은 현대 일본 디자인의 거장 구라마타 시로가 1988년 디자인한 것이다. 2000년 중반 문을 닫을 당시 고별 행사에 일본 유명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와 이토 도요오가 참석하기도 했다.
엠플러스의 수석 큐레이터 에릭 첸은 “기요도모는 구라마타의 시(詩)적 디자인으로 가득하다”며 “의자와 테이블 등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공간의 사유를 전하지 못해 식당 전체를 분해해서 홍콩으로 이송한 뒤 다시 합체했다”고 말했다. 엠플러스는 빈집으로 있던 ‘기요도모’를 통째로 홍콩으로 들여오기 위해 1500만홍콩달러(약21억원)를 지불했다.
이처럼 컬렉션에 공을 들인 엠플러스는 지금까지 17억홍콩달러(2426억원)을 들여 총 4000점을 수집했다. 여기에는 전(前) 주중 스위스 대사였던 우리 지크의 현대 중국화 컬렉션 47점(1억7000만홍콩달러 상당)과 기증 받은 1463점이 포함됐다. 기증 작품 중에는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 작품도 들어있다. 홍콩정부는 기증 컬렉션의 가치를 13억홍콩달러(1855억원)로 추산했다.
스웨덴 출신 라스 니티브 엠플러스 관장은 “홍콩은 150년 이상 영국의 식민지 시대를 경험하고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번영했다”며 “중국 미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관점에서 세계의 문화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로는 ‘아시아 넘버원’”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 관장을 거친 니티브 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라며 “엠플러스의 컬렉션에는 많은 중국인 작품이 있고 아이웨이웨이와 같은 중국 정부가 싫어하는 작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고 전시 내용으로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여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미술 집대성 ‘국립미술관 싱가포르’=싱가포르에서는 건국 50주년을 맞아 초대형 국립미술관이 건설 중이다. 영국 식민시대의 시청사와 법원을 5억3000만싱가포르달러(약4505억원)을 들여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국립미술관 싱가포르’ 소장품은 19세기 이후 동남아시아의 근대 미술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서양의 영향을 나름대로 재해석한 싱가포르 화가의 정물화나 베트남 전쟁 피난민을 그린 인도네시아 유화 등도 선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동남아와 세계 미술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컬렉션”이라고 분석했다.
수석 큐레이터 호리카와 리사는 “지금까지 동남아의 근대 미술은 국가별로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각국의 공통 테마를 시대별로 전시하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큐슈대대학원 교수인 우시로소지 마시히로도 “동남아 근현대 미술 상설전을 가진 미술관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전시로는 처음으로 동남아 미술사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독립한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금융 및 물류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문화예술 진흥을 중점시책으로 추진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다. 싱가포르 정부는 현대미술 화랑 밀집지구를 정비하고 관광효과도 노리고 있다.
유진 탄 관장은 “지난해 조사에서 5개 국립박물관 방문객의 60% 이상이 관광객이었다”며 “어린이 교육센터를 마련해 초기부터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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