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은 ‘녹취록 대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녹취록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더니 급기야는 대선후보 토론에까지 등장했다. 여야는 상대 후보에 대해 ‘대장동 몸통’이라고 공격하고,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며 공방을 펼쳤다.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든,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든 대장동 의혹이 완전히 밝혀졌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대선이 끝난 시점에도 특검이 논의되는 이러한 상황을 자초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물론 주된 책임자는 언젠가 밝혀질 ‘몸통’이겠지만 이를 밝혀내지 못한 수사기관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강력하게 추진했던 국정과제를 하나 꼽자면 단연코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입에 착착 붙을 정도로 정치권에서, 언론에서 수없이 다룬 과제다. 그만큼 진영에 따라 접근 방식이나 대안이 각양각색일 정도로 오염이 되었지만 권력형 비위가 세상에 드러났을 때 검찰이든, 경찰이든 국가공권력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여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국가공권력, 즉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사실 이 점만 놓고 봐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은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장동 의혹이 세상에 드러났던 지난해 9월 수사기관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자. 우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이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여 수사에 나섰고, 경찰은 관련 고발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대선을 불과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이었기에 효율적이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했음에도 검찰과 경찰은 각자 수사에 나섰다. 핵심 인물인 유동규 본부장의 휴대전화 발견 과정에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 양 기관의 수사는 관련자들에 대한 중복 수사 등 비효율적인 수사로 시간을 보냈다. 이후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윗선 수사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소위 ‘50억 클럽’이라 불리는 법조인들 수사도 곽상도 의원 구속 기소 말고는 아무런 성과가 없다. 더욱이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공수처는 고발장이 접수되었음에도 녹취록에 ‘그분’으로 거론됐다는 의혹을 받는 조재연 대법관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는 등 처음부터 대장동 의혹에 발도 담그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목소리가 유령처럼 또다시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정식 출범하는 5월 10일 이전에 입법을 밀어붙이자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더 나아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그동안 뭐 하다가 대선에서 패배하자마자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이유가 뭘까?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별도 수사청을 신설하면 대장동 개발 의혹과 같은 권력형 비위를 철저하게 밝힐 수 있다는 것인가? 지난 1년간 지지부진한 공수처의 행보를 보고서도 또 하나의 새로운 기관을 신설하겠다는 것인가?
1년 전 패스트트랙을 통해 공수처를 도입하고,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인정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을 축소한 당사자인 민주당이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오히려 민주당은 과거 박근혜 정권의 역린과도 같은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유죄로 끌어낸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을 밝히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과 비교해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변호사 67%가 “심각하다”고 답변한 현실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하고 원인을 분석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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