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고졸채용 프로젝트…기술직 50% 특성화고 출신 선발 기능대회 우수기능자 교사 채용…학력아닌 능력사회 구현 발벗어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은 옛말 사전에나 실릴 법한 얘기가 된 게 사실이다. 특히 전직 대통령들과 기업 총수, 일부 관료의 ‘고졸 성공신화’는 과거 60~70년대 고도 성장기에나 가능했던 일이라는 게 통설로 받아들여진다. 기술ㆍ기능이 중시되던 한국 사회는 언젠가 실종됐고, 학벌 우선주의라는 고질병에 사로잡혀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최근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문제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깰 의미있는 일이 생겼다. 학벌로 인한 계층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는 현 사회ㆍ교육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서울시교육청 고졸성공시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문 직업교육을 통해 대학에 가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중심 사회 구현을 위한 ‘고졸성공시대 프로젝트’를 전개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성공하는 사회문화 풍토를 조성함으로써 학력ㆍ스펙중심 사회에서 능력중심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직업교육 활성화를 통한 빠른 사회 진출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2014청소년 미래상상 기술경진대회 본선대회가 5~6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려 학생들이 생활속에서 편리와 안전을 주는 발명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2014청소년 미래상상 기술경진대회 본선대회가 5~6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려 학생들이 생활속에서 편리와 안전을 주는 발명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번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부터 교육청 기술직 공무원 채용 시 채용인원의 50%를 특성화고 해당분야 졸업자로 선발하고, 실기교사 자격검정을 실시해 기능대회 출신의 우수기능 보유 고졸자를 특성화고 교사로 임용할 예정이다.
직업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특성화고 입시제도를 개선해 2016학년도에는 내신성적과 무관하게 미래인재전형(가칭)을 특별전형으로 신설, 성적보다는 소질과 적성에 따른 학생 선발을 하게 된다.
또 취업지향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글로벌 잡(Job)프로젝트를 실시해 선진국 글로벌 현장실습,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와의 특성화고 재학생 기술 봉사 교류를 실시키로 했다. 또 일ㆍ학습 병행제에 참여하고, 공공기관 고졸 적합 직무를 발굴하고 확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이같은 고졸취업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없지 않았다.
지난 2011년 9월 제4차 관계부처 합동회의인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는 공생발전을 위한 열린 고용사회 구현, 직업인으로서 다양한 꿈 키우기 지원, 능력에 기초한 열린 채용을 추진하기로 했고, 지난달에는 제55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고용률 70% 달성과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신통치 않았다.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한다는, 학벌중시 사회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과잉학력으로 인해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할 기회를 상실했고, 2009년 이후 노동투입 경제성장 기여도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4년제) 진학으로 인한 1인당 기회비용은 무려 1억 2000만원에 이른다.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기업 재교육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4 OECD 교육지표에서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69%로, OECD 평균인 58%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고졸자 일자리 열악→대학진학 필수화→대학과잉진학→대졸자 하향 취업→고졸자 기회 감소 및 열악한 일자리 취업’이라는 악순환과 연동되고 있다. 이는 결국 중소ㆍ중견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총체적인 난국을 보이고 있는 교육과 산업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별 핵심기술ㆍ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이 대대적 고졸성공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상징성이 커 보인다.
대학에 가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해 학력보다 능력에 적합한 직무능력을 개발하고, 일자리에 부합하는 인력 공급이 가능해지면 한국 사회의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도 개선될 것이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기대다.
학부모들의 시각은 일단 긍정적이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강숙(45ㆍ주부) 씨는 “특성화고를 나오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 전파되면 학력거품과 학벌 거품이 좀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며 “대학 간판에 매몰돼 있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모든 이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할텐데,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점에서 (서울시교육청)고졸 프로젝트는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혁명’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태형 기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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