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 차량 틈새서 뛰어 나온 아이와 충돌
신호기 고장난 횡단보도, 운전자 주의 의무
재판부 “피해자 인식하기 어려웠다” 무죄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을 친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순간적으로 짧은 시간에 벌어진 사고라면 운전자에게 과실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옥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일명 민식이법) 혐의로 기소된 도미니카연방 국적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12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SUV차량을 몰다 10세 아이를 들이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거리 방면으로 편도 2차로 중 1차로 따라 진행하다 차량 진행방향 왼쪽에서 횡단하던 아이와 충돌했다. 아이는 쇄골 골절상을 입는 등 8주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했다. 사고 발생지역은 신호기가 고장나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 상으로 운전자의 주의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아동이 A씨의 진행방향 반대편 정체차량 틈새에서 뛰어왔고, A씨의 차량 앞에는 아이의 신장(1.47m)보다 전고가 높은 차량 4대가 정차한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었던 이상, A씨가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횡단보도를 서행하며 통과하는 것을 넘어 일시정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고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결과, A씨가 처음 아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점은 충돌하기 0.76초 전으로 브레이크 밟아 제동이 시작되는 평균 시간(1초)보다 짧았다고도 설명했다.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로 A씨가 당시 26km/h 속도보다 낮게 서행할 의무는 있었지만, 재판부는 “아이를 인식하는 데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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