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의 재검토(말콤 글래드웰 지음,이영래 옮김, 김영사)= ‘아웃라이어’‘티핑 포인트’ 등의 저서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이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 순간을 다룬 역사 논픽션으로 돌아왔다. 가족이 겪은 전쟁의 기억을 알게 모르게 내재화하며 전쟁과 비행기에 집착을 보여온 글래드웰이 마침내 자신의 오랜 관심사를 써낸 것이다. 1945년 하룻밤에 1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온 미군의 ‘도쿄 대공습’이라는 민간인 학살과 당시 정반대의 선택을 시도했던 ‘폭격기 마피아’의 얘기다. 폭격기 마피아는 본토 공군 작전의 주역이자 전쟁의 향방을 손에 쥐었던 미 육군항공대 소속 지휘관들을 말한다. 이들은 최신예 폭격기를 사용, 무의미한 인명 손실 없이 주요 시설의 정밀 타격만으로도 도시를 마비시켜 전쟁에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는 당시로선 새로운 전쟁수행방식이었다. 그러나 작전은 시원찮았다. 기상악화와 제트기류 때문에 제대로 목표물을 맞출 수 없었다.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자 미 군 지휘부는 방향을 바꿨다. 짧은 기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피해를 입혀 일본의 전쟁 의지를 뿌리 뽑는 대량 살상을 택한 것이다. 그렇게 1945년 3월9일 도쿄는 불바다가 됐다. 폭격기 마피아의 대표격인 헤이우드 헨셀 장군은 도쿄에 대한 네이팜 공격을 거부하다 경질됐다. 말콤 글래드웰은 선택의 순간에 주목, 폭격기 마피아의 양심과 의지야말로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군사적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태워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보다 나은 일을 할 수 있다”는 폭격기 마피아들의 전쟁윤리는 현재에도 유효하게 들린다.

▶엔드 오브 맨(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양혜진 옮김, 비채)=2025년 11월 스코틀랜드의 응급실에서 단순 독감 증세를 보이던 환자가 갑작스레 사망하고 다른 환자들의 상태가 급속히 나빠지는 일이 벌어진다. 공통점은 그들 모두 남자라는 사실. 응급의 어맨더는 이것이 거대한 팬데믹의 전조임을 직감하지만 누구도 그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는 스코틀랜드 전역으로, 이어 아시아와 아메리카 등 다른 대륙으로 급속히 퍼져나간다. ‘남성대역병’ 바이러스와 팬데믹을 그린 “엔드 오브 맨’은 변호사인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의 데뷔작이다. 1년간 집필한 끝에 출판사 문을 두드린 게 2019년이다. 이듬해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를 휩쓸 줄은 아무도 몰랐다. 2021년 4월 영국에서 출간된 소설은 출간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최고의 SF에 선정됐다. 소설은 2년 넘게 우리가 겪은 팬데믹과 너무나 흡사해 놀랍다. 세상의 절반이 사라지는 혼란 상황에서 무언가 의사를 결정해야 할 이들이 남자였다는 사실은 여성들을 고무시킨다. 처음 환자를 보고 전염병의 가능성을 제기한 응급의 어맨더, 남자만 질병에 걸리는 유전적 이유를 규명하려는 병리학자 엘리자베스, 백신 개발에 나선 바이러스학자 리사, 국가 질서 유지를 위해 정년 퇴임도 미룬 던, 이 모든 일을 기록한 인류학자 캐서린 등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에 맞서 인류를 구하는 일에 여성들은 의지를 불태운다. 작가는 혼란과 공백의 세상을 새롭게 일궈가는 열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묘사, 다각적인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조명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브라드 자음, 박미경 옮김, 다산북스)=올 초, 스웨덴의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했다. 비욘 나티고 린데블라드.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을 내면의 고요와 평화로 이끈 그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란 한 마디를 남기고 세상을 떴다. 2018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에도 자신이 깨달은 지혜를 겸손하고 유쾌하게 전해온 그는 안락사를 선택했다. 스웨덴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26살에 스웨덴 최대 가스업체 AGA 자회사의 역대 최연소 재무담당최고책임자가 될 예정이었던 그는 세상적 기준으론 완벽히 성공한 인생이었다. 그러나 마음 속엔 늘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과 걱정이 가득했고, 연기를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명상을 시도하던 그는 평온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직장을 그만두고 다 내려놓기로 한다. 그렇게 사표를 던진 후 식당 아르바이트와 자원봉사, 배낭여행을 이어가던 중 태국에서 숲속 승려의 길을 떠난다. 숲속에서 17년간 수행해 얻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무엇이었이었을까. 그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갖은 생각과 자신에 대한 비판과 판단에 지배되지 않고 자기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좋은 친구가 됐다는 말이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일, 모든 게 거기서 시작된다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 책은 저자의 삶의 여정을 있는 조곤조곤 들려주는데, 수행자이지만 여전히 흔들리며 혼란스런 모습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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