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식물·벽오금학도 호평
삼포세대에 용기·희망 메시지
SNS 시대 ‘트위터 대통령’으로
“가끔은 제가 쓴 글들이 그대 인생의 묵은지 한 접시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암 치료 중 이 같은 글을 남기는 등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로 끊임없이 대중과 호흡해온 작가 이외수(사진)가 25일 폐렴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2014년 위암 판정을 받고 오랜 항암치료 와중에도 산문집을 여럿 내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온 고인은 2020년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해왔다.
고인은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춘천교대에 진학했으나 중퇴하고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1975년 중편소설 ‘훈장’으로 ‘세대’지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정식 등단한 이후 장편소설 ‘들개’, ‘칼’, ‘장수하늘소’, ‘벽오금학도’, ‘장외인간’ 등 개성적인 작품을 발표해왔다. 1978년 출간한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은 가족의 몰락과 도덕의 상실로 현실감을 잃어버린 청년의 인생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외수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외수란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역작은 1992년 발표한 장편소설 ‘벽오금학도’로, 출간 세 달 만에 100만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문학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갖는 이 작품은 민주화운동 이후 후일담문학의 흐름 속에서 70,80년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선계를 아우르며 자아와 구원의 문제를 담아냄으로써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대중적 인기에도 그는 문단의 평가는 받지 못했다. 기행과 선계문학, 신비주의는 그를 문단의 밖에 머물게 했고, 그에겐 괴짜, 이단아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00년대 중후반엔 SNS시대가 열리며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렸다.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직설적인 정치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내 주목받았다.
이후엔 주로 글과 그림이 담긴 ‘하악하악’, ‘청춘불패’ 등 산문집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짧고 감각적인 문장들이 SNS에서 회자됐다. “언제 어디를 가도 그대가 우주의 중심입니다”, “ 헌 사랑이 가면 반드시 새 사랑이 옵니다”, “개천에서도 반드시 용은 태어납니다” 등은 ‘삼포세대’라 불린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의 기행도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긴 머리와 제멋대로 자란 수염은 오랫동안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고, 외계인과 채널링(교신)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린시절 화가를 꿈꾸며, 춘천교대 시절 미전에서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1990년 4인의 에로틱아트전과 선화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영자 씨와 아들 한얼, 진얼 씨가 있다. 빈소는 강원 춘천시 호반장례식장.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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