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내 방뇨·기물파손 행위자, ‘노숙자’로 특정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심화” 판단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지하철·기차역 내 방뇨, 기물파손 사건의 행위자를 콕 집어 ‘노숙자’로 지칭한 게시물을 역사에 부착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한국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역사 등에 부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소속 기관 등에 해당 사례를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올해 1월 지하철 서울역 2번 출구와 엘리베이터 안팎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하철 청량리역 대합실에 있는 파손된 TV 화면에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입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부착됐다.
두 사건은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이 올 1월 “노숙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며 알려졌다.
서울역 측은 지난해 5~6월 특정 노숙인 2~3명이 역사 안에서 상습 방뇨를 해 직원들의 고충이 컸고, 관련 민원도 하루에 8~9회 들어와 해당 게시물을 부착했으며 현재는 모두 제거했다고 답변했다.
청량리역 측은 지난해 9월께 특정 노숙인이 역사 내 TV를 파손해 철도 이용객을 위한 안내 게시물을 부착했을 뿐 노숙인 혐오 조장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고, 게시물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노상 배설 행위나 시설물 파손을 금한다는 내용은 모든 시민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임에도, 게시물에 그 대상을 노숙인이라고 특정함으로써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러한 게시물을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며 “해당 게시물들이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 만큼 노숙인의 피해가 완전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고 유사 사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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