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형사법무정책硏 논문
“집회 정보 제공하는 시민 노력에 화답할 의무” 강조
정의연, 보수 단체와 집회 갈등으로 경찰에 민원 제기
“‘법에 따라 조치할 예정’ 소극적 답변” 비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현행법인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시민 의무만 강조할 뿐 경찰의 협력 의무를 제대로 담고 있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김학경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와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형사정책연구 4월호에 '집시법상 경찰의 협력의무 도입방안에 관한 소고: 독일 집회법의 발전내용 중심으로' 논문을 등재했다. 이 논문에선 집시법이 시민 의무에 대한 내용은 상세한 것에 반해, 집회 관리를 도맡는 경찰의 협력 의무에 대한 내용은 부족하다고 했다.
저자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조는 적법한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 집회 권리와 공공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고 돼 있다”며 "(집시법은) 원칙적으로 ‘집회를 가능하게 하는 법’의 성격을 가져야 하고,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예외적 경우에만 ‘위험 예방법’ 기능을 수행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에선 집시법이 집회 자유의 권리보단 공권력을 통한 규정이 대부분인 점을 꼬집었다. 저자들은 “집회·시위 자유권을 보호하는 직접적 규정은 3조 3항의 보호 임무 규정에 불과하고 대부분 규정은 제한이나 금지, 준수사항, 해산 등 소위 ‘고권적’(공권력을 이용해 국가 의사를 강제하는) 위험 방지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집시법 5조·8조에선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상황을, 10조와 11조는 옥외 집회의 금지 장소 및 시간을, 16조와 18조는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의 준수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에 대해 김 교수는 “집회 주최자나 참여자는 집회를 사전에 신고해 경찰 등 행정관청에 협력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경찰의 협력 의무는 법적 규정은커녕 판례로도 정립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집회 단체에 대한 경찰 협력이 소극적으로 비춰질 만한 사례는 최근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위안부를 부정하는 보수 단체들의 집회 장소 선점으로 어려움을 겪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올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이들 단체의 혐오 행위를 막아달라는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이어 지난달 8일에도 경찰청과 서울경찰서, 종로경찰서에 시위 보장 방안 및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훼손 대응 등을 골자로 한 민원을 냈다.
그러나 인권위가 정의연의 수요시위에 대한 보수 단체들의 ‘맞불 집회’를 적극 제지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은 보수 단체들의 집회 장소가 돼 있는 상태다.
정의연이 넣은 민원 역시 집회로 인한 갈등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연은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유일하게 회신한 종로경찰서의 답신 내용은 실망스럽기만 하다”며 “현장의 집회 개최 사실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고, 수요시위 장소 보장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하는 것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저자들은 해외에서 집회자와 경찰의 협력의무가 명확히 판시된 점을 언급했다. 이들 논문에는 “독일의 경우 1985년 연방헌법재판소가 '브록도르프 판결'이라 불리는 결정으로 집회 주최자·참여자와 경찰의 기본권 협력의무를 명확히 판시했다”며 “(이로써) 독일 경찰은 집회의 원활한 개최와 목적 달성을 보장하기 위해 집회 위험상황 정보 등 관련 사항을 논의해야 할 협력의무를 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에 영향을 받은 우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는 주최자 및 참여자 등 시민이 행정관청에 행하는 협력의무만 말하고 있다”며 "집회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시민들의 신고에 화답해 경찰도 집회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실질적·적극적 노력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 주최자와 경찰 간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으로 저자들은 ▷집회 개최 및 진행의 보장과 갈등 완화를 위한 적극적 의무 ▷집회로 영향받는 일반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협력책무 등을 법 개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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