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시대가 시작됐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여 년 동안 노력해도,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허다한데,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통령이 됐다. 지난 1년여를 돌이켜보면, 한국 정치사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줄줄이 발생했다. 그 시작은 이준석 대표의 탄생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렇게 젊은 정치인의 출현을 외쳤는데, 드디어 30대 당 대표가 출현한 것이다. 그 이후, 정치 신인이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렇듯 지난 1년여 동안 한국 정치의 이변의 중심에는 국민의힘이 있었다. 본래 보수는, 변화에 굼뜨다는 편견을 국민의힘이 깨 버린 것이다. 이런 변화를 향한 노력 덕분에, 국민의힘은 탄핵의 악몽에서 벗어나 다시금 권력을 거머쥐게 됐다.
반면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에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등지기 시작했다. 잘 나갈 때는 20년 집권, 50년 집권을 외쳤지만, 불과 5년만에 정권을 다시 보수에게 넘겨주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일부는 아직도 0.73%포인트 차이로 졌다는 “졌잘싸”에 빠져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불안감을 주고 있다.
미국의 고어 전 부통령의 경우, 득표에서는 이겼지만, 선거인단 숫자에는 밀려 정권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깨끗이 승복했을 뿐 아니라 정계를 떠났고, 민주당은 공화당 정권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으니, 국민들은 우리의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지금까지의 정치 행위를 보면, 법은 지키지만, 법의 존재 목적과 가치는 훼손했다. 예를 들어 안건조정위를 만든 취지는 훼손했지만, 법은 지켰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수단을 민주주의의 가치와 혼동하게 만들었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반복적으로 훼손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행정부는 탄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첫 번째 임무는 훼손된 법치를 다시금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치의 회복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의미한다. 시장 경제의 회복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시장에 맞서는 정책을 펼쳤다. 그 대표적 사례가 부동산 문제다. 시장논리에 충실하면서, 조금씩 ‘조정’하는 지혜를 발휘했어야 했지만, 문 정권은 5년 내내 시장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소득주도 성장도 마찬가지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급속히 최저 임금을 올려, 시장을 교란시켰다.
윤석열 행정부는 이런 문 정권의 실책을 반면교사 삼아, 시장의 흐름 속에서 시장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윤석열 행정부는, 문 정권 들어 상당히 심화된 우리 사회의 분열 구조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분열을 화합으로 만들 수는 없다. 사회적 현상에서 ‘화합’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합이라는 신기루를 좇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열로 상처받은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는 ‘치유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정부를 하루빨리 출범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인준해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의지할 곳이란 국민밖에 없다. 여론의 지지를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어떤 정권보다도 여론에 대한 민감한 반응성을 보여야 한다. 그것만이 윤석열 행정부가 살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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