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與野 충돌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권 등 포함
조응천, 관련법 개정안 발의 예고
2015년 유승민 비슷한 법안 발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령·총리령 등 시행령에 대한 수정요구권을 국회에 부여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위헌 소지가 많다”고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정국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당도 “거대야당이 입법권을 다 가져가려는 것”이라며 극렬 반발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던 사안이 7년만에 되풀이되는 모양새로, 입법 강행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도 점쳐진다.
시행령을 통한 행정입법에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야당의 최근 문제의식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에서부터 시작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 대신 대통령령 시행령 개정으로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출범시켰고, 민주당은 이같은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국회법 개정안에는 “시행령이 (상위법령인)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도 포함됐다.
이는 현행법에서 대통령령·총리령은 본회의 의결로, 부령은 상임위 통보로 단순 처리의견을 ‘권고’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상임위 중심주의를 바탕으로 시행령에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처리 사항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 국회 권한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조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상위법 우선의 원칙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시행령·시행규칙 등의 행정입법이 위임 법안을 벗어나 제정되면 모법(母法)이 무력화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시도를 ‘정부완박’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왜 국회의원이 국회에 대한 ‘입법권 발목꺾기’라는 생각은 안 하시냐”고 반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은 5년간 행정부 감시는 커녕 국회를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시켰는데, 야당이 되자마자 행정부를 통제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은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겠다는 주장만큼이나 반(反)헌법적으로, 3권 분립 정신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맹공했다. 민주당은 이 개정안과 별개로 국회 예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로 격상하고,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 외 편성 권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시행령은) 민주당이 발의된 무리한 법안 등을 되돌릴 수 있는 정부의 견제장치인데,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입법권이라는 것이 야당만의 것이 아니다. 본인들(여당)도 입법권이 있다면 법률에 맞는 시행령이 만들어지게끔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반론했다.
여야 정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날 ‘위헌 소지’를 언급하면서 입법 강행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야당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묻는 질문에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5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을 추진한 민주당 안에 합의하며 본회의에서 의결됐지만,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막아선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지적한 재의 요구서에서 “국회 상임위원회가 요청한 내용대로 행정입법을 수정·변경해야 한다면,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거부권 행사로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재상정됐지만 새누리당 불참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당시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한 유 원내대표는 배신자 낙인이 찍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세진·신혜원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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