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고기(이성기 지음, 학민사)=40여 년간 대학과 연구소에서 식육학 강의와 육가공연구를 해온 이성기 교수의 ‘고기 탐구서’. 모든 먹거리 중에서 맛있고 가장 영양가가 높으며 사람의 뇌와 근육 발달에 필수적인 고기는 중요한 식재료이지만 고기와 근육의 차이 같은 기초지식은 사실 아는 이가 별로 없다. 고기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은 우선 알아야 할 고기에 관한 기초지식과 상식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도축한 고기가 하루가 지나면 질기고 맛이 없어지는 이유와 다리에 쥐가 나는 이유가 같다든지, 마블링이 좋은 ‘투플’짜리 한우가 어떻게 나오는지 등에 대한 근육의 미세구조 이야기는 몸을 이해하는 눈을 틔워준다. 식용을 둘러싼 고기 논쟁도 빠지지 않는데 특히 최근 논란이 많은 개고기 논쟁을 짚고 도견과 조리법 등을 객관적으로 기술했다. 일제 강점기때, 개고기 문화가 위축됐지만 외국 선교사와 가톨릭 사제들이 즐겨 먹었다든지 국내 유일한 개고기 연구자 얘기는 눈길을 끈다. 고기는 상당기간 종교와 권력, 남녀 차별에 깊숙이 관련돼 왔다. 특히 고대로부터 고기는 신을 위한 음식이었다. 마야, 아즈텍, 잉카 문명에서 고기는 태양신을 위한 제물이었다. 인간을 식용 목적으로 또는 먹거리를 대체하기 위해 인신공회를 행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하몬, 이탈리아의 프로슈토 등 생햄과 각국의 소시지, 이탈리아의 살라미 등 연구자로서 직접 살핀 세계의 유명한 육가공 제품들의 현황도 상세하게 다뤘다. 고기의 식품학, 인류학, 인문학을 아우른 첵이다.

▶재즈로 숨을 쉽니다(최수진 지음,아트레이크)=쿠바출신 트럼페터 아투로 산도발은 재즈가 ‘적대국의 음악’이던 카스트로 정권 시절, 군 복무 중 단파 라디오로 몰래 재즈를 들었다는 이유로 넉 달 동안 구금됐다. 산도발은 후에 금지된 재즈를 공공연하게 연주해 감시의 대상이 되고 마침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망명길에 오르게 된다. 재즈는 자유이자 “민주주의의 소리”라는 윈튼 마살리스의 말 그대로다. 트롬보니스트이자 재즈앨범 프로듀서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재즈 황금기 이후를 이끈 스무 명의 브라스 아티스트의 삶과 명반, 시대적 배경을 집약적으로 담아냈다. 윈튼 마살리스부터 아투로 산도발, 브리아 스콘버그, 닐스 란드그렌, 크리스찬 스콧 등 현존하는 거장부터 재즈계 스타,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연주자, 떠오르는 신예까지 이들의 음악을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이의 디테일이 느껴지는 책이다. 주로 재즈의 황금기를 이끈 거장들의 소개가 대부분인 기존의 책과 달리 현재와 다음 세대의 재즈 아티스트에 주목한 점이 돋보인다. 트롬보니스트 커티스 풀러가 존 콜트레인과 함께 작업한 세기의 명반 ‘blue Train’에 얽힌 이야기, 세련된 팝스타일을 구사하며 출중한 외모까지 겸비한 대중적인 스타로 떠오른 크리스 보티와 팝스타 스팅과의 인연, 재즈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 개막식 무대에 오른 트럼페터 겸 보컬리스트 브리아 스콘버그와 윈튼 마살리스 등 역사적인 만남 등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동유럽 기행(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민음사)=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 최고의 작가 마르케스가 1950년대 말 철의 장막이 갓 드리운 동유럽과 소비에트 연방을 두루 다니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 여행의 시작은 젊은 객기에서 비롯됐다. 서독에 머물던 젊은 작가이자 기자였던 마르케스는 친구가 우연히 중고차를 구입하자 아우토반을 신나게 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동독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와 친구들은 미친 척하며 동독 국경을 넘어 철의 장막으로 들어간다. 이는 곧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청년축전’ 으로 이어져 동유럽과 소련을 여행하게 된다. 취재 기사 형식으로 쓴 ‘철의 장막에서 보낸 90일’은 길에서 만난 인민의 일상을 담고 있다. “철의 장막은 장막도 아니고 철로 돼 있지도 않다. 그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인데, 꼭 이발소 간판 같다”로 시작하는 그의 글은 당시 동베를린 사람들이 겪는 물질적, 정신적 혼란, 독실한 가톨릭인 동시에 열혈 사회주의자라는 정체성에 아무런 혼란을 느끼지 않는 폴란드인들의 자긍심, 서유럽 못지않은 아름답고 맑은 환경에서 실속을 단단히 챙기는 체코슬로바키아, 소련이 공격으로 쑥대밭이 돼 공포에 떨면서도 뒷골목 주점에선 활기를 잃지 않은 헝가리 사람들 등 기이한 현실과 체제 순응 이면에 진실과 자유를 간절히 원하는 인민들의 모습이 격세지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관찰한 것 만으로 판단하겠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마르케스의 태도와 통찰이 빛나는 에세이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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