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 경위 해명 오락가락…행안부 관여 뒤늦게 드러나
경찰청장 “명단 과정에서 착오”…입장에 대해선 ‘함구’
내부선 불만…“아무 말하지 말라는 메시지”
“청장, 추천권 제대로 행사못해…행안 장관 직권남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정부가 경찰 치안감 인사를 단행한 지 불과 2시간여 만에 일부 보직을 뒤집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경찰 통제를 추진해 온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의 권고안 발표에 경찰이 우려를 표명하자마자 일어난 인사 번복 사태라는 점에서 ‘경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로 출근하면서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와 관련해 “명단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과 인사 추천권 행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자세한 것은 다시 한 번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오후 7시14분께 치안감 전보 인사를 깜짝 발표했다. 22일자로 급박하게 단행된 인사였다. 그런데 2시간이 지난 오후 9시31분께 다시 인사 발표가 나왔다. 치안감 인사 대상 28명 중 7명의 보직이 수정된 것이다.
보직이 번복된 인사는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정용근 충북경찰청장(중앙경찰학교장→경찰청 교통국장), 최주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관리관(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 김수영 경기 분당경찰서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서울청 공공안전차장),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경찰청 교통국장→서울청 자치경찰차장) 등이다.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은 처음 발표된 명단엔 없었다가 추후 중앙경찰학교장으로 내정됐다고 공지됐다.
경찰은 당초 “협의 과정에서 여러가지 인사안이 있었는데 실무자가 내부망에 최종 버전이 아닌 중간 버전을 올렸고, 뒤늦게 오류를 알아차렸다”며 “행안부가 관여한 것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시간 후 “행안부에서 최종본을 통보받아 내부망에 게시했는데, 행안부에서 다른 안이 최종본이 맞다고 했다. 행안부가 잘못 보냈다”고 해명을 번복했다.
전례 없는 인사 번복 사태에 행안부가 관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여러 뒷말이 이어지며 어수선한 상황이다. 특히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에 대한 경찰 입장 발표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미국 조지아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갑자기 단행된 인사여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자문위는 지난 21일 행안부에 경찰 인사·예산·정책 업무를 담당할 경찰국을 설치하고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경찰은 김창룡 청장 주재로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한 뒤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경찰의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하며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제도의 기본정신 또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행안부가 경찰국을 설치하기도 전에 경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직 인사를 하루 전에 낸 것도 이례적인데, 이를 2시간여 만에 뒤집은 것은 경찰 통제 방안에 불만을 표하지 말라는 ‘메시지’라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총경은 “경찰이 권고안에 대해 반발하자마자 치안감 인사가 뒤집어졌다”며 “앞으로 행안부가 추진하는 경찰 통제안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준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다른 경찰 간부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경찰청장의 추천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다는 소문이 최근 치안정감 승진 인사 때부터 돌았는데, 이번에 명백한 증거로 드러났다. 사실상 (행안부 장관의) 직권남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전반기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1일 자문위 발표와 관련, 성명을 내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수사권, 인사권 등 주요 의사결정을 모두 지휘하겠다는 뜻으로 행안부 장관 아래 경찰을 두겠다는 것”이라며 “경찰 통제는 검찰 독재의 신호탄”이라고 규탄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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