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급등에 불편한 일상회복
“1년 학비 700만원 더 내야 할 상황”
환율 1300원 넘어서며 비용 급증
유학지 돌아가야 하는 학생들 고충
학부모도 고민 “유학 중단 걱정도”
선택권 없는 유학생, 울며 겨자먹기
“예전보다 최소 20~30% 비용 늘 듯”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유학하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대학원생 A(27)씨는 최근 돌아가는 날짜를 변경하려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는 7월 말 출국 항공편 날짜를 10일 정도 미루는 데에 드는 운임 차액이 1800달러(약 230만원)에 달해서다.
장학금으로 생활하는 A씨는 “현지 생활비가 너무 들어 더 싼 곳으로 이사를 가는데 일주일을 늦춰 달라는 요청으로 출국날짜를 바꾸려는 상황”이라며 “1800달러를 내느니 일찍 가서 친구 집 등 다른 곳에 지낼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몇 달 전까지는 자가격리가 부담스러워 한국에 못 왔는데 이젠 비행기표가 발목을 잡는다”고 토로했다. 멈출 줄 모르는 고물가·고환율 탓에 유학생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비싸진 항공권과 현지 생활비 부담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27일 만난 유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학업 중단도 쉽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어려워진 일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환율은 약 13년 만에 달러당 1300원을 돌파한 상태다.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달러당 1301.8원에 마감해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300원을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고물가 영향까지 겹쳐 여름 항공권 가격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출국날짜를 바꾸는 것은 흔한 일이 돼버렸다. 올가을 해외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는 김모(28) 씨도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출국날짜를 오는 8월 말로 연기했다. 김씨는 “학기 시작 전 미리 가서 준비하려 했는데 항공권 가격이 상식을 초월해 어쩔 수 없다”며 “3주 정도 미뤘다”고 말했다.
단기 연수를 다녀오는 유학생도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다. 미용사로 일하는 윤모(29) 씨는 1년 넘게 미뤄왔던 ‘커트 연수’를 위해 유럽으로 갑자기 출국하게 됐다.
윤씨는 “세계에서 모이는 미용 과정인데 1년치 접수가 다 찬 상태였다가 6월 초 한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20대 초반이었다면 미룰 수도 있었지만 서른 넘기 전에 다녀오는 게 목표여서 비용을 거의 2~3배 주고 간다”고 했다. 이어 “출국 인원도 줄어서 원래 2~3명이 나눠 내던 통역비도 혼자 낸다”며 “값이 얼마든 포기할 수는 없는 기회라 1년 동안 모은 돈을 다 쏟아서 간다”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의 한 전공 관련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대학생 김모(20) 씨도 “한국에서 미리 저축해 온 것으로 모든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는데 전쟁 여파로 현지 하숙집에서 전기료 등 추가 비용을 더 요구할 수 있다는 예고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원래 물가가 비싼 도시인데 더 올랐다고 해 간식으로 사간 라면을 끼니로 먹으며 지출관리를 한다”고 덧붙였다.
환율 걱정으로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맞벌이하며 고등학생 외동딸을 유학 보낸 40대 이모 씨는 “곧 1년 학비를 송금해야 하는데 환율이 올라 지난해 대비 700만원 정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봉급생활자라 어차피 수입은 정해져 있지 않나. ‘IMF 때처럼 달러당 1600원 오르진 않을까’ ‘공부를 계속 시켜야 하나’가 요즘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런 고물가·고환율 상황의 배경에는 국제정치적 요인이 있지만 언제 끝날지는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도시 봉쇄 부작용이 글로벌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고환율 여파로 해외여행·유학에도 예전보다 최소한 20~30% 정도 비용이 더 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로서는 매우 급한 일이 아니면 국내 이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국가 간 이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환율 부분은 달러 스와프와 같은 국가 간 솔루션이 나오면 잡힐 가능성이 있지만 시점을 알 수 없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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