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웠으니까요." 3년 만에 가수로 국내 컴백을 앞둔 비의 입에서 몇 번이고 나온 말이다. 그리고 "열심히 한 만큼 인정은 받고 싶습니다."가 이내 따라붙었다.
비가 2014년, 무대 위 아티스트로서의 제2막을 연다. 2일 정규 6집 '레인 이펙트(RAIN EFFECT)'를 발표, 4년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음반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을 정도로 노력을 쏟아부었다. 짧지 않은 공백 동안 가수 비의 열정은 더욱 뜨거워졌다.
◆ '비 효과'를 기대해봅니다
'레인 이펙트'. 직역하면 '비 효과'라는 말. 비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만들었으니 어떤 효과를 기대해본다는 뜻으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한 체제의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한 변화가 다른 부분에 큰 영향을 가져오는 것)'를 새 음반의 타이틀로 정했다.
인트로를 포함해 총 10곡이 수록된 이번 음반에서 '서티 섹시(30 Sexy)'와 '라 송(La Song)'을 더블 타이틀로 내세웠다.
"'30 Sexy'는 원숙미를 느낄 수 있는 곡이에요. 비!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노래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라 송'은 달라요. '30 섹시'가 워낙 비다운 노래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곡이 필요했어요. 일각에서 '비의 노래는 노래방에서 부를 수가 없다'고 해서 만든 노래이기도 합니다"
'30 Sexy'는 신시사이저가 이끄는 반복적인 라인에 심플한 힙합 드럼 비트가 더해진 곡. 비의 무대 퍼포먼스와 조화를 이뤄 '비가 돌아왔다'는 걸 십분 느끼게 해줄 노래다. 반면 'La Song'은 서부 카우보이 영화를 연상시키는 인트로에 귀여운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제대 후에는 줄곧 녹음실에서 보냈어요. 밤새 음악 작업을 하고, 수정하고요. 결과는 만족스럽고,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빨리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곡을 만들기 위해 악기를 챙겼던 지난 날 박진영의 모습을 떠올리며, "예전에는 몰랐는데, 곡을 쓴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느꼈어요"라고 웃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곡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의 곡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좋은데,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이었고 혹은 어느 아이돌이 하는 곡과 흡사했어요. 그래서 전곡을 프로듀싱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래서 이번 음반의 곡들 중에는 최근 유행하는 코드는 하나도 없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장르에도 도전했고요.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식의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 이를 악물면, 깨진다는 걸 알아버렸네요
"'내가 아니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침묵하는 스타일이에요. 집착하지 않고 훌훌 털어버리는 타입이고요.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비의 지난 4년은 혹독했다.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을 홀로 견뎌야만 한 시간이었다. 군 복무규정 위반 혐의로 고발됐으나,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말이 없었던 것뿐,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세상이 나에게 왜 이럴까?' 생각했죠. 말이 와전되어 돌고 돌았지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에.. 또 사실은 언젠가 밝혀질 거로 생각했어요. 연예인 최초로 나라의 합동 조사를 다 받았습니다. 모두 무혐의를 받았어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이는 그다. "많은 구설수에 휘말리다 보면 알아서 마음을 비우게 됩니다(웃음)"
멋진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었던 비. 그래서 이번 음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예전엔 무대에 힘을 쏟았다면, 이번엔 음악에 비중을 뒀어요. 음반에 돈과 시간, 노력 그 어느 것도 아끼지 않았어요. 종일 차에서 들을 수 있는 음반을 만들어보자고 했죠"
최선을 다한 건 인정받고 싶지만, 거창하고 큰 꿈을 꾸지는 않는다. 지난 1998년 데뷔해 약 14년간 활동을 이어오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이를 악무니까, 깨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독하게 살았더니 그게 저에게 독이 됐고요. 정상에 오르며 누구보다 잘 된 적도 있고, 구설수에 많이 오르내리며 힘든 경험도 했죠. 그러다 보니, 깨닫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께 집을 사드리고,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걸 이루고 나니 이상의 것을 갈구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여유 있게 해보자고 생각했죠"
방향을 바꾸고, 생각을 달리하면 더 쉬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중들이 눈살을 찌푸리는데도 춤을 추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이젠 20대와는 또 다른 원숙미와 농염함으로 승부해야 하지 않을까요?"
◆ 한국이 먼저, 그다음이 미국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내놓는 신보지만, 활동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 '더 프린스'의 촬영이 이번 달 말께로 확정됐기 때문. 누구보다 가장 아쉬울 사람은 비가 아닐까.
"오랜만에 나오는 만큼 길게 활동하고 싶은데 영화 촬영으로 1월 말에 미국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커요. 어떻게 하면 가장 나다운, 그러면서도 내가 아닌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고, 곡과 뮤직비디오에도 심혈을 기울였는데..."
촬영 일자를 변경할 수 없어 발매 일을 조금 앞당겼고 뮤직비디오 역시 하나가 아닌 세 편이나 준비했다. 전곡의 프로듀싱에 그치지 않고 이번 음반의 기획, 프로모션 등에도 팔을 걷어붙이며 앞장섰다. 이유는 하나, 국내 대중에게 먼저 인정받고 싶어서다.
"물론 미국의 상황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우선 한국에서 잘 하고 싶었어요. 인정받은 다음 나가서 하자는 마음이에요. 저에게 대중은 부모님 같은 존재예요. 나를 낳아주고, 공부시켜주고, 키워준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매를 맞을 때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를 만들어준 국내 대중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후 미국 행보에 대해서는 계획적으로 접근 할 생각이다.
"미국은 기회가 많아서 좋아요. 감사하게도 3년 전보다 훨씬 많은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요. 영화 쪽도 마찬가지고요. 우선 오디션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1순위는 아녀도 2, 3순위로 많이 쓰이는 동양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본업인 가수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조급함은 없다.
"미국에는 기존 가수들 외에 그보다 더 노래를 잘하는 이들이 거리에도 많은 나라예요. 물론 비의 마지막 한 방은 미국 도전일 겁니다. 그래서 진짜 좋은 프로듀서를 찾고 있어요. 누구보다 미국 시장을 잘 아는 친구들과 같이 해서 이뤄내고 싶습니다"
4년 만의 컴백, 드디어 출발점에 섰다. 이미 가수로서 정점을 찍었고,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현역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웠지만, 노력과 열정에는 변함이 없다. 열심히 하되, 즐기고 싶다는 비. 그라면 먼저 인정받고 싶은 국내 시장에서 최선을 다한 만큼의 성과, 그리고 '역시 비'라는 호평을 얻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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