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으로서 늘 일상 속에서 감사하기를 요구 받았다. 길에서 살아갔을 수도 있고, 집이 없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입양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계 입양인인 덴마크 시인 마야 리 랑그바드(42)는 7일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하이브리드 시집 ‘그 여자는 화가 난다’(난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입양은 양부모와 입양인에게 좋은 일로 인식되지만 이방인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이 많고 이득만은 아니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간 입양의 허상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작품으로, 2014년 덴마크에서 출간돼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 본인이며 여러 입양인들을 대변하는 작중 화자인 ‘여자’는 국가 간 입양이 비서구권 국가의 아이들을 상품화해 서구의 부유한 가정으로 ‘수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가정을 제공한다는 미명 아래 부모가 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마야씨는 어린 시절, 양부모가 백인이어서 입양됐다는 사실을 일찌기 알았다고 했다. 주변에 한국인도 없고 배운 생활양식이 모두 백인의 것이어서 그 자신 한국인이란 정체성은 없었다. 어느 시기엔 길에서 다른 입양인을 보면 외면하게 됐다. 그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그에게 중요한 변화가 왔다. 2007년 서울에서 입양에 관한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커뮤니티에 몸담으면서다. 사회운동가 예술가, 학자들로 이뤄진 입양인 모임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됐다. 당초 덴마크 지원금으로 몇 달 간 머물 계획이었으나 새로운 경험을 쌓게 되면서 3년 간 머물게 됐다.
자신을 낳은 친부모와는 2006년 처음 만났다. 길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언어와 문화 장벽,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이후 5년 동안 교류하지 않았다.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는 대화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배제의 시선을 받았을 때 두 번 버림받은 느낌을 받았다.”
동성혼이 인정되는 덴마크와 당시 한국은 인식차가 컸다. 그는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입양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친부모를 찾는 것 못지않게 한국의 역사를 배우고 한국사의 맥락 속에서 내가 누구였는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잘 살게 됐는데도 입양이 이뤄진다며, “출산율이 낮은 이 나라에서 입양률이 왜 높아지는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싱글맘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제도적인 개선을 이루기 전에 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가장자리에서 발견되지 못하는지, 앞서서 사회가 국가가 손 내밀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운율을 가진 자전적 소설에 가까운 이번 작품은 ‘여자는 ~화가 난다’ 라는 문장이 322쪽에 걸쳐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 변주된다.
처음에는 화나는 이유가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책을 쓰면 쓸수록 국가간 입양에 분노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됐다. 그렇게 책을 쓰는 데 7년이 걸렸다. 처음엔 덴마크 독자를 염두에 뒀는데, 써나가면서 한국에서도 번역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틱낫한의 ‘화 다스림’도 도움이 되지 않는 국가간 입양에 대해 작가는 “분노는 중요한 본능이다. 건강한 형태의 분노를 모색할 때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의 불씨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분노를 긍정했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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