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예비후보 인터뷰
당권주자 중 유일한 비수도권 지역구…“전국정당화 적임자”
“170석으로 다 통과시키는 게 강한 야당이냐” 지지 회복 강조
‘진보 재구성’ 플랜…플랫폼·특고 노동자 등 서민 타겟 명확화
“5년 후 유권자 4분의 1 노년층과 강남 4구 지지도 회복해야”
尹정부 비판하며 “민주당, 쓸모 있는 대책 만드는 정당 돼야”
당 쇄신책으로 “주요 당직 외부 공모로 개방” 공약 내놓기로
[헤럴드경제=배두헌·이세진 기자] “170석으로 법안 다 통과시키고 국민과 멀어지면 그게 강한 야당인가요? 야당은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싸울 때 강한 야당이 됩니다. 국민이 과정에 공감하고 동의하고 ‘민주당 잘한다’고 힘을 줄 때 진짜 강해지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 강훈식(49·사진)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강한 야당을 만들 자신이 있느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견제·투쟁의 본질은 단순히 강하게 붙는 게 아니라, 민생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유능한 대안을 내놓으면서 국민 지지를 받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2차례 역임하고 지난 대선에서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전략통’다운 답이었다.
그는 유력 주자인 이재명 의원같은 ‘사이다’ 스타일도, 97세대(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 경쟁자인 박용진 의원같은 ‘저격수’ 스타일도 아니다. 대신 정무감각과 전략적 판단력·미래혁신·당내 통합력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당원·지지자·국민이 원하는 ‘강한 야당’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인터뷰 내내 이 의원을 비롯한 경쟁 후보들에 대한 구체적 평가나 날선 언급을 삼갔다. 그는 “(경쟁자들을 공격하면) 단기적으로는 시원하겠지만 당 대표 될 사람이 당 사람들 공격해서 뭘로 당을 이끌겠느냐”고 했다. 비전 경쟁을 통해 선택을 받아야지,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공격은 당에 상처만 남긴다는 정치 철학이 엿보였다.
강병원·박용진·박주민 의원 등 97그룹 경쟁자들에 대해선 “다들 대통령의 후광이 있거나 스타 의원들”이라며 “그 분들이 최고위원 나가고 대선 후보 나갈 때 나는 굉장히 오랫동안 묵묵하게 팀플레이 하고 실력을 기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숙성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만큼 이제는 실력을 증명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자민련의 텃밭이었던 충청지역에 수년 간 도전하며 재선에 성공한 정치인으로, 특정 계파 성향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강 의원은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가 유력한 당권주자들 중 유일한 비수도권 지역구(충남 아산을) 의원이기도 하다. 그는 “인구 절반 이상인 지방은 고령화되고 있는데 수도권 의원들은 (유권자 비중이 높은) 청년 정책에만 집중한다. 민주당은 5년 후 유권자의 4분의 1이 되는 어르신 세대(65세 이상)를 위해 뭘 할 건지 답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재취업을 비롯해 노후 준비를 위한 지원책·법안을 적극적으로 내 지방과 노년층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진보의 재구성’ 플랜이기도 하다. 강 의원은 “보수진영은 야당의 시간에 (이준석 대표 등을 내세워) 청년층 지지를 얻으며 보수를 재구성했는데, 우리는 거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타겟을 정하고 내용을 정하고 새로운 인물이 나서서 판을 흔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지지세가 크게 약화한 ‘강남 4구(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대해서도 “4~5년 전엔 강남좌파란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말 자체가 없어졌다”며 “강남 4구 인구가 전남보다 많은데 이들을 멀리하고는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핵심 복무 대상인 서민에 대해서도 “우리가 말하는 서민은 30년 전엔 청계천 미싱하던 분들이지만, 지금은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다. 대상을 명확히 하고 연대하고 지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이끌 민주당의 모습에 대해 “진보에 닻을 내리고 중도의 바다로 나가서 국민의 마음을 획득하는 정당”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강하게 날을 세웠다. 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경제 위기 국면에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며 “바로 이 대목에 민주당이 서있어야 한다. 쓸모있는 대책, 대안을 만드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뭐하는 정부냐고 물어보면 이거다 라는 게 없다. 정부가 아무것도 안한다는 반증”이라며 “170석 야당 때문에 못한다고 하는데 (정부여당이) 뭘 하려고 하는 게 있어야 우리가 반대를 하지. 발목을 잡으려 해도 뭘 해야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 쇄신에 대한 청사진도 일부 공개했다. 그는 “통상 국회의원들이 맡는 주요 당직의 절반을 원외 인사나 해당 분야 전문가 등 공모로 개방하겠다”며 “기득권 정당을 깨는 제일 좋은 방법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스타가 될 때다. 민주연구원장, 홍보소통위원장, 대변인 등에서 공개채용 모집을 과감하게 해보자”고 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놨던 ‘5대 혁신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받아들여서 녹여낼 것”이라고 지지를 표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자격 부여 논란과 관련해선 “안타깝지만 원칙이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지금은 ‘시원하게’, ‘재밌겠네’ 할 수 있지만 (출마를 허용해준다면) 언젠가 또 누군가의 원칙을 무너뜨려야 될 것”이라고 부정적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핵심 공약으로 주 4.5일제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주 5일제 근무를 도입한지 20년 지났는데 지금은 고용 형태도 다양해졌고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도 이미 다 실험해봤다”며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인데 일하는 시간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우리는 충분히 준비돼있고, 여가 정책을 통해 경제구조도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강 의원은 동시에 이같은 변화에서 소외될 계층에 대해서도 “일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는 4.5일제를 강요할 수 없다. 다른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회자되는 이 의원 대세론 속에서 ‘97그룹 출마를 정치적 체급 올리는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강 의원은 “나는 당 대표가 되려고 나온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새로운 인물인 제가 예비경선을 통과하면 민주당 새 바람의 중심은 제가 될 겁니다. 훈풍이 강풍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시죠.”
badhoney@heraldcorp.com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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