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항이 옮겨간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되는 모든 개발 호재를 일단 의심의 눈으로 봐야 한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걸어내며 도시의 특성과 역사를 읽어온 인문학자이자 도시문헌학자인 김시덕 박사는 ‘개발 호재’라는 말의 상당수가 믿을 게 못 된다며, 현장을 살피고 그 땅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공항의 경우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대부분 기밀에 속하며 미군의 작전과 관련돼 있어 이전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고도제한 완화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개발 호재라는 말에 혹하는 이들이 있다.
도시개발계획의 역사와 현재를 꼼꼼이 살펴 제시하는 도시 개발 보고서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포레스트북스)는 인문서이자 투자지침서로도 읽힌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국토개발과 도시개발계획 자료를 분석,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의 가치를 재구성하고 밝혀낸 책은 택지개발과 재개발, 재건축이 이뤄질 예정지를 발로 확인함으로써 부동산 전문가들의 임장 보고서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는 지난 3~4년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기획부동산의 지분쪼개기로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길도 없고 군사시설을 끼고 더 거슬러 올라가는 야산을 많은 이들이 택지 개발 호재라며 투자해 사기를 당한 사건이다.
누구나 바라는 ‘살기 좋고 사기 좋은 곳’을 찾으려면 감식안이 필요하다. 저자는 국가 프로젝트, 안보, 재난, 교통, 재개발 등 다섯 가지 시선으로 땅을 분석한다.
우선 현대 한국의 도시 구조 형성에는 안보, 즉 북한과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역사적으로 보면, 포항-울산-부산-창원-광양-여수로 이어지는 동남권 개발은 일제 강점기와 중국의 국공내전, 해방 후 미군 통치와 6.25전쟁이 만들어낸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고향이 있어서가 아니란 얘기다.
포스코 제2제철소가 전남 광양만에 들어선 것도 안보상 이유였다. 땅 투기에 나선 정부 관료들이 아산만 옹호에 나섰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강남개발, 과천의 서울대공원도 안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안보위협이 줄어들면서 인천공항과 일산신도시 개발이 이뤄지게 된다.
저자는 사람들이 한강 남쪽보다 한강 북쪽을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이 실제로 안보 위협이 크다는 뜻은 아님을 지적한다. GTX-A가 운정까지 운행하는 국가프로젝트도 그런 전제를 깔고 있다. 다만 남북관계는 단기, 중기적으로 좋아질 수 없기 때문에 접경지역 투자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도시개발프로젝트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행정의 연속성, 행정의 관성이다. 개발 프로젝트는 웬만하면 부활한다. 광양만에 밀렸던 아산만이 10년 뒤 아산국가공업단지로 조성된 게 한 예다.
군부대 주변이나 공장부지, 폐광 주변 등 수도권 개발 지역의 경우, 토양 오염을 잘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숲세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재난 취약지구들에 대한 보고도 눈길을 끈다. 절개지여서 창문 바로 옆에 옹벽이 보이면 숲세권으로 광고되지만 실상은 산사태 위험 지역이다.
서울의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한 저자의 제안은 건물 층고와 용적률 제한 완화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몇몇 지역을 제외한 대서울의 나머지 지역을 다양한 층고와 넓이의 초고층 건물로 섞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 정부가 적극 중재해 세입자,건물주, 토지주, 외지자본간의 갈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주도 개입을 통해 중앙 정부 지자체는 대서울 외곽에 신도시를 조성하기 보다 도심에 더 많은 고층 빌딩을 짓고 장기임대주택을 할당, 개발로 쫒겨날 주민들의 반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개발에 따른 갈등과 철도노선에 따른 희비까지 도시와 개발, 주거와 투자 등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는 부동산 전반을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치를 연결,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김시덕 지음/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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