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불문 ‘새 생태계’ 의기투합
탄소 저감 ‘눈앞의 과제’ 방증
한화임팩트·고려아연 사업제휴
정유사·커피기업까지 맞손
벽 허물고 시너지 낳는 기폭제로
재계에 불어닥친 친환경 전환 바람이 이종업계간 협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그간 산업 생태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는데, 그만큼 탄소저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친환경 전환이 산업간 경계의 벽을 무너뜨려 시너지의 창조성을 높여주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화그룹 화학 계열사인 한화임팩트(구 한화종합화학)는 최근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이 사업 제휴 협약을 맺었다. 업종이 다르고 지분도 얽혀있지 않은 두 회사의 협력을 두고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수소와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화임팩트는 미국 투자 자회사(한화H2에너지 USA)를 통해 고려아연에 4700억원의 지분투자를 하기로 했고, 고려아연은 이를 동박 생산설비 증설과 수소·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한화임팩트는 고려아연의 호주 신재생 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고려아연도 한화의 수소 혼합연소 및 가스터빈 개조 및 수소 발전사업에 함께하게 된다.
정유회사와 커피기업이 손을 잡은 사례도 있다. GS칼텍스와 네슬레코리아가 자원 효율화와 탄소저감을 위한 순환경제 구축에 나선 것이다. 양사는 지난 4일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네슬레코리아의 폐커피캡슐(돌체구스토)을 수집, 전처리 공정을 거쳐 재활용 가능 원료로 바꾼 뒤 GS칼텍스는 이를 친환경 복합수지로 만들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이 재활용 원료로 향후 더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탄소감축 목표를 위해서는 복수의 에너지·화학·시공·선박 업체들이 나선 상태다. 지난 2일 SK에너지, SK어스온,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롯데케미칼, GS에너지 등 국내 6개사가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인 페트로나스와 탄소 포집·저장·운송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포집, 국내 허브에 집결한 후 말레이시아로 이송·저장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사업개발주관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맡았고 탄소포집은 SK에너지, 롯데케미칼, GS에너지가 담당한다. 포집된 탄소는 삼성중공업이 말레이시아로 이송하며 현지 저장소 탐색과 운영은 SK어스온과 페트로나스가 진행할 방침이다.
질소생산은 화학회사와 건설사가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은 탄소포집용 기체분리막 활용한 고순도 질소생산 기술 개발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유사·화학사가 함께 친환경 바이오 원료 상업화에 나선 사례도 있다. GS칼텍스와 LG화학은 지난달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3HP) 생산을 위한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전기차 충전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에너지·전기·가전 회사가 의기투합했다. LG전자와 GS에너지, GS네오텍은 지난 6월 국내 전기차 충전업체인 애플망고 공동인수에 나섰다.
이밖에도 삼성엔지니어링·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 3사는 지난해 말 암모니아 기반 청정 수소 생산 실증화에 공동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연 800t의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를 롯데정밀화학의 울산 공장에 건설하고 수소 생산 연 1만6000t급 플랜트 설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정유사인 S-OIL도 작년 9월 삼성물산과 친환경 수소 및 바이오 연료 사업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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