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출하량 역대급 적어…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아
옴디아 자료상으로 2007년 2분기(약 4295만대) 이래 가장 낮은 수준
LCD 기반 TV 출하량 지속적인 감소…삼성 OLED TV 시장 4.8% 점유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올해 2분기 TV 시장 전체 출하량이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보다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2분기 이래 최저 수준이다. 삼성·LG전자 입장에선 TV 시장 생존을 위한 프리미엄 중심의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V 출하량은 4353만4700대로, 2007년 2분기(약 4295만대)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2009년 1분기(4369만3200대)와 2분기(4473만5700대)보다도 낮다.
2분기가 통상 연중 가장 적은 수준의 출하량이 기록되는 분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2010~2014년까지는 2분기마다 5000만대 넘게 TV 물량이 시장에 풀렸으나, 2015년부터는 이 수치가 5000만대 밑으로 떨어졌고, 올해 2분기에는 기어코 4300만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TV 출하량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2020년 2분기에는 4506만9700대, 2021년 2분기 4631만9700대가 시장에 출하됐다. 그러나 올해 2분기에는 작년 동기보다 약 9% 가량 감소한 4227만8400대의 물량이 나왔다. 올해 1~6월 물량을 지난해 반기와 비교해도 출하량은 감소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하량은 지난해 2분기보다는 감소세를 보였으나 상반기 기준 따지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OLED TV는 올해 2분기에 전체 시장에서 125만6300대가 출하됐는데, 이는 지난해 2분기(153만4500대)보다 약 18% 감소한 물량이다. 다만 1~6월을 기준으로 보면, 274만2400가 시장에 나와, 출하량 자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OLED 시장에 처음 진출한 삼성전자 역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퀀텀닷(QD)-OLED가 탑재된 OLED TV를 삼성전자는 6만500대 가량 시장에 내놨다. OLED 전체 시장에서 LG전자가 점유율은 61% 가량을 차지하며 1위이고,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8% 수준으로 집계됐다.
TV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 각종 악재가 쉽게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보복 소비’ 심리가 한풀 꺾인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마비로 원자재 등 가격이 오르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폴 그레이 옴디아 소비자 가전 리서치 디렉터는 헤럴드경제에 “많은 지역이 재고를 줄이면서 팬데믹 호황에서 수치가 조정되고 대양 횡단 공급망의 수준이 완화돼 2007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출하량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업계에선 TV 시장 침체에 따라 결국 삼성·LG전자 등이 ‘양보다 질’ 중심으로 TV 판매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한 관계자는 “경기 악화에도 프리미엄 수요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TV 업체들이 초대형 TV 등 고급 제품 출하를 늘리며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TV 판매 1위인 삼성전자는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월드컵 특수에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목이 이어지며 TV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80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48.6%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TV 최대 격전지인 북미와 유럽에서는 80인치 이상 시장에서 각각 62.4%와 5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타 경쟁사들을 크게 앞질렀다.
LG전자 역시 고급형인 OLED TV 확대에 공을 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40인치대 LG 올레드 TV 출하량이 전년동기보다 81.3% 늘어났다. LG전자는 대형 TV를 선호하는 ‘거거익선’ 트렌드 속에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48형 올레드 TV를 선보이고 게이밍 TV라는 신시장을 창출한 바 있다. 올해는 세계 최소 42형 올레드 TV를 출시하며 중형급 TV에서도 프리미엄 화질을 원하는 고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거시적인 전망 자체는 여전히 밝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TV 출하량 전망치는 당초 2억1700만대에서 2억1200만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TV 시장은 연간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2억879만4000대로 예상했다. 연간 출하량이 2억 1000만대를 기록했던 지난 2009년 이후 12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연간 2억대 이하 TV 판매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