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약 1만 2000명 사로잡으며 마무리

사이먼 래틀ㆍLSO 협연…40초 만에 매진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크레디아 제공]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크레디아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선명한 화면 너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등장하자, 야외 공연장을 가득 메운 1만 관객은 K팝 스타를 향한 함성 못지 않은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3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에서다. 피아노 앞에 앉은 조성진의 첫 동작은 이날따라 더 특별해 보였다. 손수건으로 차분히 건반을 닦는 모습 대신 건반 위에 내려앉은 수많은 날벌레들을 툭툭 털어냈다. 생생한 모습이 대형 화면으로 잡히자 관객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한여름밤 풀벌레 소리와 어우러진 야외 공연장은 7000여명의 관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015년 쇼팽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의 공연을 보기 위한 인파였다. 뜨거운 여름밤, 날벌레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야외 공연임에도 관객들은 개의치 않았다. 열정만으로 보면 K팝 스타들의 팬덤과도 다르지 않았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날 공연에서 2030 여성 관객의 비율은 약 60%나 됐다.

2013년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대공원 숲속 무대에서 진행된 조성진과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 무대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3년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대공원 숲속 무대에서 진행된 조성진과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 무대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조성진이 야외 공연에서 국내 관객과 만나는 것은 쇼팽 콩쿠르 이후로는 처음이다. 앞서 2013년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대공원 숲속 무대에서에서 정명훈 지휘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 무대를 가졌다. 이곳에선 주로 대중음악 공연이 진행되나, 2012년 지휘자 정명훈과 아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를 연 적이 있다.

이 콘서트는 크레디아가 지난 2010년부터 “한국형 클래식 야외 공연으로 기획”한 ‘크레디아 파크콘서트’의 새로운 버전이다. 연세대 노천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크레디아 프롬스’라는 이름으로 관객과 만났다. 조성진을 첫 주인공으로 한 ‘크레디아 프롬스’는 이미 10여년간 야외 무대에서 클래식 공연을 열었던 크레디아의 기획력과 기술력이 응축돼 확장한 버전이라 할 만하다. 크레디아 측은 “대형 야외 공연인 만큼 확성이 들어가고, 클래식 전문 음향이 투입됐다”며 “콘서트홀과는 다르겠지만, 빈필 여름음악회와 같은 야외 콘서트처럼 관객들이 즐기기엔 문제 없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크레디아 제공]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크레디아 제공]

실제로 공연 이후 온라인 클래식 커뮤니티엔 “야외 공연 음향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공연장이 산속으로 푹 내려간 구조인 데다 사방엔 큰 나무가 있어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고 상당히 좋았다”는 후기도 올라왔다. 심지어 야외 공연의 관객들의 관람 태도가 이날의 공연을 더 빛나게 했다. 다소 어수선할 수 있는 야외 공연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야외 공연과 함께 네이버의 크레디아TV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중계된 온라인 콘서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약 5000여 명의 동시 접속자는 실시간으로 감상평을 남겼고, 공연장에서는 보기 힘든 클로즈업된 조성진의 얼굴로 떨어지는 땀방울, 건반 위를 춤 추는 손가락까지 볼 수 있었다.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크레디아 제공]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크레디아 제공]

이날 공연의 열기와 함께 클래식 계에선 ‘슈퍼스타’ 조성진의 파워가 확인되고 있다. 오는 10월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롯데콘서트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가장 늦게 티켓을 오픈한 LG아트센터 서울도 조성진의 티켓 파워를 체감했다.

LG아트센터는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9월 1일 오후 2시 0분부터 판매를 시작한 개관 공연 티켓이 40초 만에 전석 매진되었다”고 밝혔다. 이 공연은 1335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인 ‘LG 시그니처 홀(LG SIGNATURE 홀)’에서 진행된다.

클래식 음악계 관계자는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이후 클래식계에 애호가가 아닌 일반 대중까지 끌어들인 스타다”라며 “조성진은 이미 일시적인 신드롬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