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음식 만들어 달라” 민원 속출

소비자들 메뉴 개발 적극 목소리

대형마트 반값 메뉴 시작을 알린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헤럴드경제DB]
대형마트 반값 메뉴 시작을 알린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헤럴드경제DB]

“반값 족발도 만들어 주세요.” “반값 햄버거도 해주실 거죠?”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고객 민원 여부를 보고 받다가 깜짝 놀랐다. 고객 민원에 특정 메뉴를 요구하는 일이 흔치 않은데 최근 그런 내용의 민원이 많아진 탓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메뉴 개발에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처음”이라며 “특정 음식을 꼭 찍어 값을 내려달라는 소비자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시작된 ‘반값 메뉴’ 경쟁이 치킨 뿐 아니라 족발, 보쌈, 햄버거, 양장피까지 확대해달라는, 이른바 ‘반값 00’ 메뉴 출시 민원이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맘카페와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대형마트가 내놓는 반값 메뉴 할인 기간을 공유하는 게시물부터 판매 시간대, 맛 비교 후기, 상시 판매, 메뉴 추가 확대 요구 등 글들이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그만큼 대형마트도 바빠졌다. 고객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어서다. 지금이 마진이 적어도 고객을 끌어모을 ‘로스 리더(loss leader)’ 상품을 선보이고, 자사 포인트 적립 등과 연계해 단골 고객을 강화하기에 적기라는 게 대형마트 측의 판단이다.

엘포인트 회원 대상으로 할인을 전개하는 롯데마트는 지난 1일부터 ‘가성비 중식’ 행사를 시작으로 반값 탕수육을 판매, 고객의 이번 반응을 면밀하게 살핀 뒤 추가 메뉴를 꾸준히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의 셰프와 상품기획자(MD) 중심으로 반값 메뉴 개발이 수시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마트도 이날부터 일주일간 반값 메뉴 외에도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매콤한 특제 BBQ소스를 바르고 구운 ‘매콤 BBQ 윙·봉’을 정상가 보다 2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한다. 오징어 한 마리를 통으로 튀긴 ‘불꽃 오징어 튀김’도 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12월 롯데마트가 출시한 통큰치킨이 ‘7일 천하’로 사라진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국면이다. 당시만 해도 대기업이 영세상인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공정과 상생에 어긋난다는 정치적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롯데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반면 6%대 고물가가 사실상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대기업 대 영세상인’이 아닌, ‘공급자 대 소비자’ 구도로 바뀌어 전개되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영세상인 등이 얽힌 논쟁에서 소외돼 왔던 소비자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에 대형마트의 반값 메뉴가 영세상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후생을 키운다는 경제논리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반값 메뉴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내부에서는 물거품 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다시 거론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