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문태국·기타리스트 박규희
오는 16일 롯데콘서트홀 협연 무대
슈베르트부터 피아졸라까지…
“혼자 듣기 아까워 나누고 싶은 공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연주자의 심장과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두 악기가 만났다. 그래서인지 첼로와 기타는 “사람의 목소리와 닮아 있다”(박규희). 클래식 계의 ‘꼬북좌’로 불리는 기타리스트 박규희는 “첼로와 기타 모두 듣기 편안한 음색의 악기로 상위권에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 악기 모두 화려하게 꽂히는 소리보다는 듣는 사람을 음악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소리를 내요. 음악과 더 쉽게 공감하고 연결될 수 있는 소리를 내는 악기들의 만남이에요.” (문태국)
첼로와 클래식 기타의 만남은 흔치 않아 더 귀하다. 이 특별한 무대(9월 16일·롯데콘서트홀)는 롯데콘서트홀의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첼리스트 문태국이 친분이 두터운 기타리스트 박규희에게 제안해 성사됐다.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문태국은 “평소 기타 소리를 워낙 좋아하는데 첼로와 함께 연주하는 조합은 자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번 공연이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연은 첼로와 기타의 다른 매력과 그 안에서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음악으로 선곡했다.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 피아졸라 ‘르그랑 탱고’ 등을 연주한다. 문태국은 “클래식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슈베르트와 탱고의 강렬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피아졸라로 구성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조금 더 새롭고 도전적인 방향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음역대의 악기이나, 알고 보면 다른 점이 더 많다. 첼로는 활을 마찰해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인 반면, 기타는 손으로 튕겨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다. 악기의 주법이나 음색, 음량까지 천지차이다. 그럼에도 두 악기의 만남은 상당한 시너지가 있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박규희는 “첼로와 기타는 정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첼로는 음을 지속할 수 있는 반면, 기타는 한 번 치고 나면 빈 공간이 많다”며 “기타를 치면서 음악적으로 아쉬움을 느끼는 공백을 첼로가 채워줄 수 있어 이상적인 조합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첼로는 다른 클래식 악기와 만날 때와 달리 기타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 더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문태국은 “첼로는 다른 악기와 협연을 하게 되면 묻힐 수 밖에 없는 음역대에 있다”며 “그래서 내적인 표현이나 음악적 부분을 포기하더라도, 전달력에 중점을 두고 연주를 했는데 기타와 연주할 땐 내면의 이야기를 조금 더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상에 선 두 음악가는 서로의 음악을 향한 존중과 배려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묻어났다. 문태국은 2014년 파블로 카잘스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첼로 부문 4위,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진출 등 꾸준히 새로운 성취를 쌓아가고 있다. 문태국에 대해 박규희는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음악가다. 최고의 첼리스트에게 제안을 받아 너무나 영광이었다”며 “개인적으로 연주 성향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이번 연주회가 특히 재밌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첼로는 선이 굵고 깊은 악기인데도 태국 씨는 그 안에 디테일한 섬세함이 들리는 연주자더라고요. 저 역시 선이 굵고 다이내믹이 먼저 보이는 연주보단 섬세하고 아름다운 쪽을 선호해왔어요. 태국 씨의 연주는 일부러 섬세하게 연주하려 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섬세한 아름다움이 느껴졌어요.” (박규희)
‘클래식 기타’ 불모지에서 박규희는 혈혈단신 세계 정상에 올랐다. 벨기에 프렝탕 국제콩쿠르(2008), 알람브라 국제기타콩쿠르(2012) 등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문태국은 “클래식 기타 곡들은 강렬한 부분이 많아 정열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규희 씨는 차분하게 토닥여주는 연주, 마음으로 와닿는 연주를 해줘 무척 좋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만들어갈 음악은 기존의 첼로나 클래식 기타의 솔로 리사이틀과는 확연히 다른 빛깔이다. 클래식 악기인 첼로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기타 선율과 만나 “남미의 한가운데로 떠나는” 여행을 하게 된다.
“첼로는 소위 정통 클래식을 주로 연주하지만, 기타는 서민적인 악기예요. 남미나 라틴 문화 국가들에서 쓰인 곡들이 많고요. 귀족 음악가들 사이에서 태어난 정통 클래식 악기와 서민들의 마을에서 태어난 악기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제 기타 연주가 첼로를 조금 더 서민적으로 끌고 들어와, 태국 씨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음색을 들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박규희)
“맛집을 소개한다는 기분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어요. 아주 맛있는 음식을 알게 되면 주변에 추천하게 되잖아요. 저 혼자 듣기 아까워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큰 공연이에요. 이 공연이 제게도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해요.” (문태국)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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