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시작, 자정 넘겨야 끝나는 재판

“배심원 토론은 정작 오후 10시”

최장 5일 재판도…체력 부담, 생업 지장 초래

불참시 과태료 물지만 ‘반드시 참여’ 인식 희박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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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국민참여재판 활성화를 위해선 배심원으로 선정된 국민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관건이다. 2008~2021년간 배심원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면 96.6%에 달하지만 실제 법정으로 오려면 짧게는 하루, 길면 수일 동안 생업을 제쳐둬야 하는 현실적 제약이 생긴다.

2008~2021년 배심원 후보자의 평균 출석률은 27.7%로, 저조하다. 법원이 재판 출석을 요청하면 4명 중 1명꼴로 법원에 출석한다는 의미다. 송달 불능과 출석 취소 통지를 한 경우를 제외한 실질 출석률도 50%대에 그친다. 대구지법은 34.9%에 달하지만 춘천지법과 전주지법은 22% 초반에 머물며, 지역별 편차도 크다.

통상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참여재판은 자정을 넘겨 선고된다. 기록이 방대한 경우 기일이 늘어나는데 2015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은 5일간 진행됐다. 국민참여재판을 경험한 변호사들은 최근 들어 하루재판이 늘어났지만 자정이나 새벽에 선고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15건의 국민참여재판을 경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오동현 변호사는 “밤 10시 전 선고가 딱 한 건 있었다. 보통 자정 근처나 새벽 1시쯤 돼야 마무리된다”며 “장시간 재판으로 오후 4~5시가 되면 배심원들의 피곤함이 보이고 집중력이 떨어져 손짓이나 몸짓을 연구하기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참여재판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배심원들이 오늘 하루만 하는 줄 알고 오지만 며칠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다들 못하겠다고 해 구성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루에 끝내려면 정작 가장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평의는 오후 10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일상적이다. 빨리 끝내고 싶어 소홀한 배심원들에게 주의를 주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숙고와 난상토론이 가능하도록 기일을 늘리고 평의시간을 오후 6시 전으로 앞당겨야 하지만 생업에 지장을 초래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배심원들이 꼽은 애로 사항으로 ‘장기간 재판 불편’(60.7%)이 가장 많았다. 종일 이어지는 ‘마라톤 재판’에 체력적 부담이 크고 하루 생업을 미뤄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평일에 열리는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배심원은 전과자를 제외한 만 20세 이상의 일반시민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시간당 수입이 높은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배심원 참여할 이유가 없다. 다양한 직군의 배심원 확보에도 제약이 생긴다. 직업별 배심원 비율은 회사원(32%)이 가장 높고, 무직자를 포함한 기타(24.2%), 이어 주부(18.9%), 자영업(12.8%), 학생(8.6%), 공무원(3.6%) 순이다. 남녀 비율은 절반 정도로 균형을 이루지만 50대 이상 비율이 높다.

배심원 불출석하면 과태료를 물 수 있지만 출석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정착되지 않았다. 예비군훈련처럼 반드시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떨어지고 직장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법원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배심원, 예비 배심원, 배심원 후보자에게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지만 사문화됐다. 대법원도 관련 통계를 따로 내지 않는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