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15일부터 29일까지 전시

텍스트·사운드·이미지 어우러져 새로운 형태로 탄생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展 안내 포스터. [서울시 제공]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展 안내 포스터.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천재 시인 이상의 시가 담고 있는 난해함을 인공지능(AI)이 풀어내고, 재구성된 시는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새로 태어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15일부터 2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전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전시는 한국의 아방가르드 문학가 이상의 시와 네덜란드의 초현실주의 시인 폴 반 오스타이옌의 시에서 추출한 텍스트 데이터를 각 국의 젊은 예술가 두 명이 AI를 이용해 미디어아트 형태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한국의 박소윤 작가와 네덜란드의 베라 반 드사이프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두 작가는 AI를 이용해 한국과 네덜란드의 대표 시인 작품을 문학(텍스트), 음악(사운드), 미술(이미지)의 형태를 띤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새로 구성했다.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라는 전시명은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전시 관계자는 “존중, 의지, 수고가 수반되는 진심이 담긴 소통의 중요성을 전하고자 전시명을 정했다. 전시명은 AI가 입력값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재입력을 요청하는 명령어”라며 “명령어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여러 소통 방식을 유도하는 AI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001 두 줄의 정면 사이 어딘가’ [서울시 제공]
작품 ‘001 두 줄의 정면 사이 어딘가’ [서울시 제공]

전시는 총 3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작품인 ‘001 두 줄의 정면 사이 어딘가’는 두 시인의 작품을 AI가 학습해 두 시인이 대화하는 형태로 보여준다. AI는 한국어, 네덜란드어, 영어를 오가는 번역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두 시인의 대화를 완성한다.

두 번째 작품 ‘002 이제 나는 죽어가는 햇살이 나를 데려가는 것을 느끼며’는 AI가 학습한 두 시인의 작품을 3개의 대형 스크린에 이미지로 보여준다. 두 시인은 시에 문자, 도형 등 시각적 형태를 사용했는데, 이를 미디어아트에 적용했다.

마지막 작품인 ‘003 날카롭고 거칠 때’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 속에 형상화된 언어를 그려낸다. 한국어와 네덜란드어, 문자와 이미지 등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불명확한 소통의 과정을 경험하고 이로 인해 진실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 박제언 씨는 “두 시인의 작품이 텍스트, 사운드, 이미지 등 새로운 형태로 변환돼도 본질은 변치 않는다”면서 “젠더, 계층, 지역 간 소통의 오류는 ‘진심'이 전달되지 않아 비롯됐다. 진정한 소통을 위한 노력과 진심이 전해지는 사회가 되는데 이번 전시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