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집회 거부감 커진 캠퍼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시위 논란
길어진 파업에 비판 대자보 등장
高大, 전장연 강사 초청했다 취소
민감 이슈 캠퍼스 유입에 반감
전문가 “20대 의식변화 분석 필요”
캠퍼스 내에서 집회·시위를 반대하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자신의 권리나 영역을 침해한다고 여기는 집회·시위에는 거부감을 가지는 20대가 늘었다. 기존의 시위나 정치에 대한 반감이 큰 젊은층을 어떻게 설득할 지가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학가 등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캠퍼스 내에는 청소노동자 파업을 반대하는 대자보와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400원 시급 인상, 시설 개선 요구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하다”는 학생들의 양해를 구하는 청소노동자 대자보에는 “본질에서 벗어난 학교와 총장을 향한 비난을 반대한다”, “용역 업체와 (시급을) 협상해라”등 비판 글이 쏟아졌다.
덕성여대 내에서 생긴 움직임은 올해 5월 수업권 침해로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를 고소하는 재학생이 나왔던 연세대와는 상황이 다르다. 파업 초기에는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파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이 재학생들의 설명이다. 덕성여대 재학생 A(20) 씨는 “처음과 달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등 과한 주장을 감성에 호소하고, 시위에서 여성혐오적인 발언이 나와 학생들의 거부감이 커졌다”며 “파업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이 직접 건물을 청소하는 등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재학생도 있었다. 덕성여대 재학생이라 밝힌 한 트위터 사용자는 “에브리타임 내에서 ‘나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알바를 하는데 청소노동자가 최저 이상을 받으면 안 된다’ 등의 발언이 나온다‘”며 “청소노동자는 아무리 일해도 계속 최저임금을 받는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캠퍼스 내 시위 거부 여론은 비단 덕성여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대학 커뮤니티 안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주제다. 지난 25일 서강대 커뮤니티에서는 지하철 시위를 비판하는 글에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고려해 일찍 다니자”는 댓글을 단 재학생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아직도 전장연 시위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냐”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고려대 총학생회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강연자로 초청했다가 공지 사흘 만에 취소하기도 했다. 당시 총학생회는 학교 내 여론을 의식해 강연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시위뿐만 아니라 각종 정치·사회 문제를 캠퍼스 안으로 끌어오는 일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일부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정치 글을 올릴 때 내용이 잘 안 보이게 ‘매너 글’을 작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모교인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이틀 만에 누군가에 의해 철거되기도 했다. ‘서울대 생활대생’이라고 밝힌 대자보 작성자는 고교생 풍자만화 ‘윤석열차 논란’을 언급하며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그는 대자보에서 “최근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 정부를 풍자한 카툰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히 경고하며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며 “입으로는 자유를 외치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자유는 자신과 그 측근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집회나 파업을 보는 시선이 바뀐 20대의 논리를 분석할 필요성을 느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파업이나 시위를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은 법에 의해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이전 20대는 약자들과 함께 하려는 의지가 강했는데 최근 이러한 움직임이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대해서 설 교수는 “파업은 사업주나 이용자에게 필연적으로 불편함과 충격을 동반하는 행위다. ‘불편함을 주는 시위는 거부한다’는 의견 자체가 맞지 않다”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지는 이러한 여론을 하나의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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