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부터 싱가포르는 마스크를 벗었다. 병원과 공공 교통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닐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사람들로 가득 차고 교통체증도 발생한다. 10만㎡ 규모의 엑스포 전시장에선 매주 대형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은 싱가포르에 위기였다. 인력과 물자의 흐름이 통제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1% 하락했고, 상품교역액도 5.2% 추락했다. 국경 봉쇄로 저임금의 외국 인력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정원도시(Garden City)’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거리엔 쓰레기가 쌓여 갔다.
지난 8월 리셴룽 총리는 건국절 기념연설을 통해 빠르게 방향을 전환했다. 코로나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고 입국 제한 조치를 풀었다. 2년간 중단됐던 대규모 공항 확장 및 항만 이전 프로젝트도 재개했다. 한발 빠른 개방을 통해 글로벌 정보, 자금, 상품, 인력 교류의 중심지라는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9월 발표된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싱가포르는 뉴욕, 런던에 이은 3위를 기록해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0월, 2년 만에 재개된 ‘F1 싱가포르 그랑프리’ 대회에는 2008년 개최 이래 최대 관중인 30만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루었다.
이런 개방 흐름에 맞춰 코트라는 지난 10월 한국상품 판촉전을 개최했다. 온오프라인으로 판촉전을 진행하고, 현장 무대를 활용해 한류 행사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펼쳤다.
온라인 유통망 확산을 통한 시장 다변화의 가능성도 느꼈다. 행사에 참여한 싱가포르 1위 온라인 유통망 쇼피(Shopee)를 비롯해 라자다(Lazada), 큐텐(Qoo10) 등 사업자들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주변 아세안 지역에도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계, 인도계, 말레이계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싱가포르는 아세안의 축소판인 동시에 해외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언론들은 “1000개의 싱가포르가 존재한다면 전 세계 인구를 모두 담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치밀하게 조성된 싱가포르의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그만큼 다수의 정보와 사람을 끌어모을 만큼 충분하다는 의미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교역규모는 2021년 기준 248억달러로, 전체 교역액의 2%에 못 미친다. 하지만 글로벌 정보, 인력, 물자가 모이는 싱가포르의 위상을 고려하면 양국 간의 관계는 겉으로 보이는 숫자 이상의 효과가 있다.
과학이론에 프랙털(Fractal)이 있다. “작은 구조가 전체구조와 닮은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세계적인 ‘콤팩트 시티(Compact City)’에서 정보, 사람, 물자가 모여 향후 큰 파문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작은 파문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프랙털 이론에 적용해보면, 싱가포르야말로 코로나 이후 글로벌 시장을 전망하고 마케팅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큰 구조 속의 ‘작은 구조’가 아닐까.
임성식 코트라 싱가포르무역관 차장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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