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째 “질식하는 민주주의 지켜낼 것”
‘사법리스크’ 관심 집중 피해 기자회견은 생략
대표 퇴진 요구·분당설도 ‘솔솔’…위기감 증폭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당 대표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대선 패배 후 3개월여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출하고, 이후 전당대회에서 당권까지 손에 쥐며 숨가쁘게 달려온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 돌파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누적된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해묵은 숙제도 이 대표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린 상황이다.
이 대표는 취임 100일째를 맞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질식하는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의 200일 동안은 정치가 실종됐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 파괴에 남용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생 메시지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정부의 초부자감세, 비정한 특권예산에 맞서 민생예산 관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민생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국민께서 맡긴 권한을 주저없이 행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와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다. 정부의 ‘야당 탄압’ 메시지에만 초점을 맞추며 본인을 겨냥한 ‘사법 리스크’로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처럼 회의 발언을 통해 취임 100일 일성을 갈음하고, 취재진과 문답이 오가는 기자회견은 생략했다. 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건너뛰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대표 측은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대장동 수사 관련 질문이 몰리게 되면 민생 행보를 강조하는 이 대표 메시지가 무색해 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사법 리크스에 대한 당내 우려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비명(비 이재명)계 중진인 설훈 의원은 지난달 28일 라디오에서 “‘떳떳하기 때문에 혼자 싸워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당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 대표를 “고양이의 탈을 쓴 호랑이”에 빗대며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선 패배 직후부터 보궐선거 출마와 당선, 당 대표 취임까지 이 대표 행보를 둘러싼 친명(친 이재명)·비명계 간 갈등은 봉합되지 않는 상태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낙연 전 대표의 ‘조기 귀국’ 및 등판을 점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하는 시점에 비명계의 집단행동이 분출된다면 당이 최대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는 등 대응이 구체화되면 당과 의원 동요를 막기 위한 입장 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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