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여명 모여
“제발 도와달라” 기자회견서 오열
16일 49제 맞아 시민추모제 진행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제발 유가족 입장을 생각해주십시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의회가 10일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 회의실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97명의 가족 170여명이 협의회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내 자식이어도 내버려뒀겠냐” 오열
이날 기자회견 첫 발언자인 고(故) 이지한 배우 어머니 조미은씨의 말이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조씨는 “참사 발생 후 한 달이 지나야 몸을 씻었다”며 “지안이가 못 빠져나왔을 때 공포 속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사람이 엄마였을 거란 생각에 (슬픔이) 분노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이태원 참사에 정부는 없었다”고 분노했다.
이어진 고(故) 김지현씨 어머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언급하며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유가족을 생각해달라”며 “내 자식이 길거리를 지나다 압사당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내 자식이) 참혹하게 죽어가더라도 과연 내버려뒀겠냐”고 눈물을 보였다.
유가족 발언이 이어지자 함께 있던 다른 유가족들은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다 호흡이 어려워져 119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창립 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정쟁을 배제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실규명 ▷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간 마련 ▷ 희생자를 향한 2차 가해 처벌을 위해 나설 것을 밝혔다.
유가족협의회 대표인 고 이지한씨 아버지 이종철씨는 “대표를 맞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며 힘겹게 발언을 시작했다. 이씨는 “오늘 처음 만나는 유가족이 50여명이다. 같은 희생자 유가족 연락처를 확보하려고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며 “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유가족이 만나서 서로 울고 껴안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부에서는 아직도 연락처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연대발언에 나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윤복남 변호사는 “이 자리에 있기까지 피눈물 나도록 고통이 있었다”며 “국가가 없었다는 절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건 여야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권성동 발언에 분노한 유가족들…“직접 사과해라”
유가족들은 이날 논란이 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발언에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권 의원은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고 김윤수씨 어머니는 “정쟁 발언을 사과해라”며 “그동안 언론 인터뷰도 실수할까봐 말을 안하려 했는데 ‘정쟁’이라는 단어를 들으니까 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길거리로 나서시 않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 유가족도 “(권 의원이) 직접 우리에게 무엇이 잘못됐다고 당당하게 직접 이야기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서도 유가족들의 눈물은 계속됐다. 유가족들은 오열하며 “제발 도와주세요”를 연신 외쳤다.
오는 16일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희생자들의 49제를 맞아 6호선 이태원역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시민 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추모제를 시작으로 유가족은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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