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딜레마에 빠진 ‘교내 스마트폰 제재’

압수하다 분실하면 기계값 물어내 교육법상 강제적 사용규제 불가능 학부모 · 학생 요구땐 막을 길 없어 폰 사용제한 학교 절반에 못미쳐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수현(31ㆍ가명) 씨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문 제 때문에 항상 고민이다.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5학년 25명 중 80%인 20명 정도가 학교에 스마트폰을 갖고 오는데, 규제하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는 학생들의 학급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고 있다. 김 교사는 매번 회의 때마다 교내 스마트폰 사용은 옳지 않다고 학생들을 설득하고 결국 아이들도 토론 끝에 ‘스마트폰 사용 금지’로 의견을 모은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 배터리를 회수하는 방법으로 제재를 하고 있다. 김 교사는 “스마트폰 전부를 회수했다가 분실하면 교사가 책임을 지고 기기 값을 보상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배터리를 회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카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스토리’를 이용해 친구를 괴롭히는 ‘사이버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스마트폰 규제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학교별로 학칙이나 교사의 재량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법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제재는 학부모ㆍ교사ㆍ학생의 동의하에 이뤄질 수 있다”면서 “강제적으로 사용을 규제할 수 없다. 만약 한 학부모나 학생이 끝까지 스마트폰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지은(14ㆍ가명) 양에게 스마트폰은 ‘달콤한 유혹’이다. 수업시간에 꺼내보면 안 되지만 혹시 카톡 메시지가 오지 않았을까 신경 쓰여 선생님 몰래 자꾸 꺼내본다.

지난해 김 양의 반은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제재를 했었지만 올해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일부 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권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김 양은 “수업시간에 몰래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수업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학교 내 전면 사용 금지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하는 학교는 절반가량이다. 영어 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지난해 10월께 자사 커뮤니티 회원 5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 56.8%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스마트폰 사용에 제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스마트폰을 교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만 사이버 관련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3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처에 관한 연간 교육 횟수는 ‘2~3회’가 58.3%로 가장 높았다. ‘1회’가 25.0%, ‘4~5회’가 9.4%, ‘5회 이상’은 7.3%에 불과했다.

특히 초ㆍ중ㆍ고 학생 1500명 중 96%는 현재보다 강화된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처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향후 스마트폰 사용 제한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제재한다는 계획이다. 교사가 자기 반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 가능시간을 지정하거나 특정 앱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학생의 스마트기기를 제어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2월까지 사용 제한 앱을 활용하는 시범학교를 선정해 운영 중이고, 대구시교육청도 올해 초 학생들에게 배포한다.

하지만 사용 제한 앱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앱 역시 학생ㆍ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하교 이후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부 학교는 학생 생활협약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면서 “매번 학부모ㆍ학생ㆍ교사의 동의를 받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개별적인 동의보다 공동의 협약이 스마트폰 제재를 위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상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