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모 씨가 병원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안을 놓고 대법원이 유죄를 의심하는데 검사가 입증을 게을리했다는 취지의 기사가 나갔고, 온라인상에서도 부실수사를 한 게 아니냐며 수사팀을 비판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유죄 의심이 간다”는 판단을 한 적이 없다. 실제 유죄 의심이 갔다면, 심리를 다시 하라고 판결했을 것이다. 민사사건에선 법원이 당사자가 주장한 것만 판단한다. 하지만 형사사건에선 법원도 능동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주체가 된다. 부실수사라고 언급하지도 않았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무죄 취지의 언급을 했을 뿐이었다. 공범으로 인정하기 위해선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고, 판사에게 유죄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내용이다.
최씨는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인물로 보인다. 단순히 자금을 댄 ‘전주(錢主)’인지, 동업을 같이한 것인지 판단이 엇갈릴 여지도 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도 있다. 다만 대법원이 ‘유죄 의심이 간다’고 했다거나, 수사 부실을 지적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왜곡이다. 이것은 대통령 장모가 이상한 사람이냐 아니냐,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전국의 검사 수는 2000명이 좀 넘는다. 개개인의 가치관이 같지 않다. 정치적 성향이나 지향점이 제각각이다. 윤 대통령의 장모를 기소했고, 공소유지를 맡았던 검사 중 한 명은 이른바 친윤도, 비윤도 아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공직자였다. 그 검사는 수년 전엔 은수미 성남시장을 기소하기도 했다. 1, 2심 모두 유죄였지만 대법원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같은 검사가 증거판단에 의해 소신에 따라 기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은 전 시장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는 ‘검사가 봐줬다’는 식의 공격이 없었다.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모두가 검찰정권이라고 하지만, 검찰엔 기회가 아닌 위기다.
군사독재를 경험한 40~50대는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외부의 적을 만들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적폐청산’으로 이전 정권 사람들을 모두 감옥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억울하게 기소됐거나,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다음엔 사법부가 타깃이 됐고 반일과 과거사를 꺼냈고, 마지막엔 검찰을 주적으로 돌렸다.
현 야권 인사들은 ‘검찰 쿠데타’라는 표현을 쓴다. 엄연히 선출된 대통령도 정권을 찬탈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프레임은 부당하다.
하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이 집권한 상황에서 검찰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을 잘못됐다 탓하기도 어렵다. 언론이나 소위 인플루언서들은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그저 검찰을 힐난하는 것만으로 지지층의 호응을 얻는다.
한쪽에선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조작됐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정경심 PC가 조작됐다고 음모론을 편다. 언론의 위기이자, 검찰의 위기다. 자만하기보다 오히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일을 해야 하는 시기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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