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검찰이 참여연대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고발하기도 전에 사건 수사 부서를 배당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검찰이 ‘정윤회 파문’을 덮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신속한 대한항공 압수수색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출국금지도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 고발을 주도한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12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에서 “(지난 10일 오후 )고발장을 접수하고 30분 뒤에 ‘고발인 조사를 하자’는 검찰측 전화를 받았다”며 “가봤더니 젊은 검사 분이 앉아계셨다. ‘수사촉구를 하셨더라 그래서 연락드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9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을 예고했고, 다음날인 10일 안 처장 등은 서울 서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안 처장의 말 등을 종합하면 사실상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 되기도 전에 사건을 맡을 수사 검사를 정하는 등 배당 절차를 마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될 만하다.
통상 인지 사건이 아닌 고발 사건인 경우 일러야 고발장 접수 다음날에야 배당이 이뤄지고 이후 고발인 조사가 시작된다. 통상의 경우와 달리 검찰 수사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해석된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적지 않게 고발을 해왔던 안 처장도 “고발을 하면 보통 1주일 후 쯤에 (검찰에서) 연락이 온다. 어떨 때는 2주 후에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보적 시민단체의 고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신속하게 나선것도 여러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특히 사건이 배당된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는 지검 내 특수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서부지검 형사5부는 ‘신정아 사건’을 배당 받아 전방위 수사를 벌인 전례가 있는 부서다.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 격인 부서에 조 전 부사장 사건이 배당된 것도 검찰이 이 사건에 적지 않게 ‘의욕’을 보였다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검찰의 강제수사는 고발인 조사 다음날인 11일부터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검찰은 이날 오후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압수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 수사를 서두르고 있다. 증거조작 우려가 있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에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국토해양부도 ‘땅콩 회항’ 사안과 관련 이날 오후 조 전 부사장을 불러 조사를 실시한다. 국토부는 사건이 알려진 지난 8일 8명의 조사팀을 구성해 조사를 시작했다. 기장과 사무장, 객실 승무원 등 10명 상대로 사실 관계를 조사했다. 일각에선 검찰과 국토부가 서로 앞다퉈 수사와 조사를 병행하면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땅콩 회항’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윤회 사건’을 덮기 위한 정치적 목적 하에 속전속결로 치러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YTN에 출연한 이동형 시사평론가는 ‘음모론’이란 단서를 달면서도 “정윤회 사건을 덮기 위해 검찰이 땅콩 회항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9일부터 12일 사이 검찰은 정윤회 문건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의한 ‘찌라시 가이드 라인’을 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윤회 씨 소환(10일)과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의 반격(12일)이 이어지면서 ‘정윤회 파문’은 정치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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