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무명녀'
2021년 1월 인천에서 친모에 의해 살해된 8살 여자아이의 사망진단서에 적시된 이름이다. 부모가 여덟살이 되도록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상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던 탓에, 병원은 그렇게 적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도 다니지 않았으며 교육 당국과 기초자치단체도 아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아이는 분명 태어났지만 공식적으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아이의 원통한 죽음을 수사한 검찰이 출생신고와 사망신고를 동시에 하면서 아이는 겨우 공식적인 이름을 갖게 됐다.
현행법 상 출생신고는 부모가 하도록 돼 있다. 관할 지자체 장이나 검사 등도 할 수 있지만 부모가 알리지 않는 한 지자체장이나 검사가 아이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출생 미신고 아동의 존재는 대개 아동학대 사건으로 알려진다.
배우 천정명이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 '출생통보제' 도입에 팔을 걷고 나섰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먼저 알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분만이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의료기관에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25일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배우 천정명은 최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서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천정명은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는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살아가며 누려야 할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게 됩니다"라며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 힘을 모아주세요"라고 말했다.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생아가 태어난 의료기관의 장은 7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모(母)의 이름과 출생자 성별 등을 송부하고, 심평원은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러한 통보에도 등록이 누락된 아동이 있으면 부모에게 7일 이내 출생신고를 하라고 알리고, 이후에도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자체장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직권으로 출생 사실을 등록한다.
다만 의료계는 행정 책임을 민간에 맡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출산을 알리고 싶지 않은 산모가 의료기관을 기피해 건강상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아동은 출생등록을 통해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건강보험부터 의무교육까지 국민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며 "출생등록은 아동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캠페인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과 서명 참여 방법은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서명을 모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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