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부산시내 장의업자들과 이들에게서 뒷돈을 챙긴 장례식장 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장례식에 사용하는 장식용 꽃과 제사 음식을 재활용한 혐의(사기 등)로 꽃집 대표 정모(57)씨, 식당 운영자 정모(40)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ㆍ증재 등)로 상조회사 직원 김모(40) 씨, 장례식장 운영자 이모(57) 씨 등 총 61명을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장례식장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두달간의 밀착수사를 통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장의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밝혀냈다.

경찰조사 결과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한 이유는 상주들은 직접 장례식장과 계약하거나 상조업체나 사설 장의사를 통해 장례식장을 소개받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 때문에 경황이 없는 유족들은 통상 장례식장 관리직원이나 상조업체 장례지도사 등을 믿고 장의용품과 장의서비스를 선정 등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은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이 같은 장의용품 판매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의용품 납품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장례식장이나 상조업체로부터 주문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 리베이트를 상납하고, 납품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장례식장과 상조업체 등은 관행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것이다.

이번 경찰수사로 입건된 장의업자나 직원들만 총 61명에 달할 정도로 장의업계의 불법은 만연한 상황이다. 이들은 유족을 상대로 각종 장의용품과 음식을 재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겨왔으며, 상주에게 바가지를 씌워 번 돈으로 상습적으로 거액의 사례비를 주고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에서 꽃집과 식당을 운영하는 정 씨 등 8명은 지난해 11월6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꽃과 제사 음식을 재사용하는 수법으로 2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기는 등 최근 4년간 유족으로부터 11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제사상에 들어가는 음식을 출상 후 상주가 챙겨가지 않으면 냉동실에 넣어 뒀다가 다른 사람의 장례에 다시 사용했고, 장식꽃도 시든 부분만 제거해 다른 장례에 재활용했다. 꽃은 3차례까지, 과일과 냉동 생선 등은 더 자주 제사상에 오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장례식장 운영자와 장의업자는 각종 장례 물품을 조달받으면서 일정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온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장례식장과 상조업체 직원들은 장의용품 판매가격의 30~50%를 리베이트로 챙겼다. 이번에 적발된 관련 업자 50여명이 주고받은 금액은 지난 4년간 확인된 것만 4억5000만원에 달했다. 거래 명세를 고려하면 이 기간 리베이트 금액은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리베이트로 상납된 돈은 고스란히 장례식장 직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경찰에 적발된 병원 장례식장 중 1곳의 직원들은 지난 3년간 꽃집, 캐딜락 업체, 장의차 업체 등 3곳으로부터 모두 93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한달 평균 300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자신들끼리 나눠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적발된 직원들이 리베이트를 개인 영업비로 활용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리베이트가 ‘윗선’으로 상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