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비비에르(Vivieres)지역 론강 인근에 있는 한 원자력 발전단지. [셔터스톡]
프랑스 비비에르(Vivieres)지역 론강 인근에 있는 한 원자력 발전단지. [셔터스톡]
파리경영대학원(ESCP) 초빙교수
파리경영대학원(ESCP) 초빙교수

“탈원전이 우선입니까?”

문재인 정부와 나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데에 위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져야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물음에 주저하거나 게을리함으로써 에너지 문제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에 실패했다.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탈석탄,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중 정책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 질문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에 실패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원전 7기에 맞먹는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정권 초기부터 원전 건설 중단을 이슈화해 소모적인 논란에 휩쓸린 바 있다. 괜히 ‘탈원전’ 정책이라는 프레임을 만든 바람에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이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탈원전’이 아니라 ‘탈탄소’로 부르는 게 맞다.

“Winter is coming!(윈터 이즈 커밍!)”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온 대사로, 많이 인용됐던 말이다. 재난이 닥쳐온다는 의미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을 물리친 것도, 1941년 히틀러의 소비에트연방 침략을 물리친 것도 따지고 보면 러시아의 추위 덕분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Winter is coming’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러시아 의존도가 큰 천연가스로 유럽을 압박하려는 푸틴의 전략도 유럽에 불어닥친 이상 고온 현상으로 폭락하는 가스 가격과 함께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역설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화석연료를 덜어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을 보충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켜준 셈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문제점과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어떠한지를 필자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에너지믹스(Energy Mix), 원전 정책 등 에너지 정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THERE IS NO PLANET B!(지구를 대체할 다른 행성은 없다!)

대부분 그러하듯이 60세가 넘으면 고혈압과 당뇨병을 잘 관리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매일 혈압, 간수치, 당수치를 체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은 이유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건물이나 항공기, 선박 등에 들어가거나 나갈 때 체온이 정상 체온보다 1.5도 이상 높으면 출입을 제한했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는 온도가 올라가면 중병을 앓는 생명체인데 인류문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인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인 1850년부터 1900년까지 섭씨 13.9도라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는 사이, 지구 온도가 어느덧 1.3도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세계기후변화회의(IFCCC) 총회가 열린 바 있는데 이곳에서 지구의 온도 상승을 2도에서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역사적인 합의가 채택된 것이다. 기후싱크탱크인 버클리어스(Burkeley Earth)에 따르면, 사상 여섯 번째로 뜨거웠던 2021년에 이미 1.3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해마다 0.1도씩 상승한다면 2025년 즈음에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감염 시 사람을 자가격리했던 것처럼 이제는 인간으로부터 지구를 자가격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8년에 미국 의회를 방문했을 당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빗대어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라는 말로 일침을 가한 바 있다. 그가 “지구를 대체할 다른 행성은 없다(There is no Planet B)”고 호소할 때 상하 양원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나 역시 그때의 감동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온생명’과 ‘낱생명’이라는 개념을 통해 태양과 지구의 생태계를 하나의 온생명으로 표현했다. 인간 개개인의 낱생명을 지구 밖 우주공간에 보호장비 없이 내보내면 바로 사망하게 된다. 태양과 가까우면 ‘불지옥’ 금성이 되고, 태양과 멀어지면 ‘얼음지옥’ 화성이 될 것이다. 지구는 절묘하게 태양과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는, 적당한 위치와 궤도를 따라 공전한다. 이러한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에 존재하는 지구는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생명의 별’이다. 핵보다 무서운 기후위기에서 지구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정점 대비 40% 감축하는 ‘2030 NDC 40%’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필자의 제안이 국가의 핵심 탄소중립 정책으로 채택된 점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이제 채 8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탄소감축을 위한 에너지믹스, 제조업, 건설, 교통 등의 생산 분야 그리고 소비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등 에너지경제 전반에 걸친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갈 길은 먼데 해는 떨어지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에너지믹스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먼저, 탄소배출 동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석탄 발전에 따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G20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탄소배출 강국이다. 세계 평균에 견줘도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에너지싱크탱크인 ‘엠버’에 따르면, 2015~2020년 평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3.18t으로 중국(3.06t), 미국(2.33t), 일본(1.82t)보다도 많다.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풍력 등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과 높은 석탄발전 비중이 그대로 지표에 반영된 결과다.

원전의 짝은 재생에너지가 돼야

최근 정부는 ‘제10차 전력기본계획’을 내놨다. 원전은 대폭 늘리되, 재생에너지는 크게 줄이겠다는 것이 10차 기본계획의 골자다. ‘2030 에너지믹스’ 목표치와 비교하면 원자력 비중은 23.9%에서 32.8%로 늘었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30.2%에서 21.5%로 줄었다. 눈길을 끄는 건 석탄 발전 비중은 20%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로 얻는 부족분을 석탄 발전을 유지해 충당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대체 발전원이 아니라 당분간 짝을 이뤄야 할 상호 보완적 발전원이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상호 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바람은 늘 불어오지 않고, 태양도 항상 내리쬐는 것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기술, 수소경제 활성화 등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따라서 최소한 기저 전력인 원전과의 협력은 지금의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나아가 통일에 대비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능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전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탈석탄 없는 ‘탄소중립 2050’은 선언적 문구로 끝나버릴 수 있다.

원전을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결합해 석탄과 가스를 조기에 퇴출시키는 데에 있다. 가스 발전은 석탄 발전에 비해 CO₂를 적게 배출하지만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CO₂보다 더 무서운 메탄을 배출하는 한계가 있다. 브리지 에너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원전을 늘리되, 동시에 화석연료 발전 비중도 크게 줄여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탄소중립 달성의 지름길은 재생에너지

원전을 기저 에너지로 활용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럽판 IRA로 불리는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오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전력 다소비 기업들은 앞다퉈 ‘RE 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을 선언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를 못 구하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선도 국가인 유럽마저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40%에서 45%로 상향하는 ‘리파워EU’ 정책을 발표했다. 신축 건물에 대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의무화,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발전 등) 비중은 고작 4.7%에 불과하다. OECD 평균(31.3%)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며 중국(28.8%), 미국(21.1%), 일본(21.8%) 등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 기준을 신재생에너지로 확대해 비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7%로, OECD 37개국 중 꼴찌인 37위를 차지했는데 이 정도면 국가 비교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후위기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손잡고 석탄과 가스를 덜어내는 연합작전을 펼쳐야 한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임을 인정해야 한다. IEA의 2021년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생산설비는 2020년에 비해 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이면 재생에너지가 현재의 화석연료와 원전의 생산능력을 합친 것보다 커진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를 정확히 봐야 한다.

핵전쟁보다 더 무서운 기후위기 폭탄이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끝으로,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제27차 기후변화당사자회의(COP27)’가 열렸는데 안토니우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의 연설문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인류는 아직도 기후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고 있다.”

“탈원전이 우선입니까?”

문재인 정부와 나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데에 위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져야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물음에 주저하거나 게을리함으로써 에너지 문제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에 실패했다.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탈석탄,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중 정책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 질문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에 실패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원전 7기에 맞먹는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정권 초기부터 원전 건설 중단을 이슈화해 소모적인 논란에 휩쓸린 바 있다. 괜히 ‘탈원전’ 정책이라는 프레임을 만든 바람에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이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탈원전’이 아니라 ‘탈탄소’로 부르는 게 맞다.

“Winter is coming!(윈터 이즈 커밍!)”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온 대사로, 많이 인용됐던 말이다. 재난이 닥쳐온다는 의미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을 물리친 것도, 1941년 히틀러의 소비에트연방 침략을 물리친 것도 따지고 보면 러시아의 추위 덕분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Winter is coming’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러시아 의존도가 큰 천연가스로 유럽을 압박하려는 푸틴의 전략도 유럽에 불어닥친 이상 고온 현상으로 폭락하는 가스 가격과 함께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역설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화석연료를 덜어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을 보충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켜준 셈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문제점과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어떠한지를 필자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에너지믹스(Energy Mix), 원전 정책 등 에너지 정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THERE IS NO PLANET B!(지구를 대체할 다른 행성은 없다!)

대부분 그러하듯이 60세가 넘으면 고혈압과 당뇨병을 잘 관리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매일 혈압, 간수치, 당수치를 체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은 이유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건물이나 항공기, 선박 등에 들어가거나 나갈 때 체온이 정상 체온보다 1.5도 이상 높으면 출입을 제한했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는 온도가 올라가면 중병을 앓는 생명체인데 인류문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인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인 1850년부터 1900년까지 섭씨 13.9도라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는 사이, 지구 온도가 어느덧 1.3도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세계기후변화회의(IFCCC) 총회가 열린 바 있는데 이곳에서 지구의 온도 상승을 2도에서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역사적인 합의가 채택된 것이다. 기후싱크탱크인 버클리어스(Burkeley Earth)에 따르면, 사상 여섯 번째로 뜨거웠던 2021년에 이미 1.3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해마다 0.1도씩 상승한다면 2025년 즈음에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감염 시 사람을 자가격리했던 것처럼 이제는 인간으로부터 지구를 자가격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8년에 미국 의회를 방문했을 당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빗대어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라는 말로 일침을 가한 바 있다. 그가 “지구를 대체할 다른 행성은 없다(There is no Planet B)”고 호소할 때 상하 양원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나 역시 그때의 감동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온생명’과 ‘낱생명’이라는 개념을 통해 태양과 지구의 생태계를 하나의 온생명으로 표현했다. 인간 개개인의 낱생명을 지구 밖 우주공간에 보호장비 없이 내보내면 바로 사망하게 된다. 태양과 가까우면 ‘불지옥’ 금성이 되고, 태양과 멀어지면 ‘얼음지옥’ 화성이 될 것이다. 지구는 절묘하게 태양과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는, 적당한 위치와 궤도를 따라 공전한다. 이러한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에 존재하는 지구는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생명의 별’이다. 핵보다 무서운 기후위기에서 지구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정점 대비 40% 감축하는 ‘2030 NDC 40%’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필자의 제안이 국가의 핵심 탄소중립 정책으로 채택된 점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이제 채 8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탄소감축을 위한 에너지믹스, 제조업, 건설, 교통 등의 생산 분야 그리고 소비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등 에너지경제 전반에 걸친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갈 길은 먼데 해는 떨어지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에너지믹스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먼저, 탄소배출 동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석탄 발전에 따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G20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탄소배출 강국이다. 세계 평균에 견줘도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에너지싱크탱크인 ‘엠버’에 따르면, 2015~2020년 평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3.18t으로 중국(3.06t), 미국(2.33t), 일본(1.82t)보다도 많다.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풍력 등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과 높은 석탄발전 비중이 그대로 지표에 반영된 결과다.

원전의 짝은 재생에너지가 돼야

최근 정부는 ‘제10차 전력기본계획’을 내놨다. 원전은 대폭 늘리되, 재생에너지는 크게 줄이겠다는 것이 10차 기본계획의 골자다. ‘2030 에너지믹스’ 목표치와 비교하면 원자력 비중은 23.9%에서 32.8%로 늘었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30.2%에서 21.5%로 줄었다. 눈길을 끄는 건 석탄 발전 비중은 20%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로 얻는 부족분을 석탄 발전을 유지해 충당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대체 발전원이 아니라 당분간 짝을 이뤄야 할 상호 보완적 발전원이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상호 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바람은 늘 불어오지 않고, 태양도 항상 내리쬐는 것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기술, 수소경제 활성화 등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따라서 최소한 기저 전력인 원전과의 협력은 지금의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나아가 통일에 대비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능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전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탈석탄 없는 ‘탄소중립 2050’은 선언적 문구로 끝나버릴 수 있다.

원전을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결합해 석탄과 가스를 조기에 퇴출시키는 데에 있다. 가스 발전은 석탄 발전에 비해 CO₂를 적게 배출하지만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CO₂보다 더 무서운 메탄을 배출하는 한계가 있다. 브리지 에너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원전을 늘리되, 동시에 화석연료 발전 비중도 크게 줄여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탄소중립 달성의 지름길은 재생에너지

원전을 기저 에너지로 활용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럽판 IRA로 불리는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오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전력 다소비 기업들은 앞다퉈 ‘RE 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을 선언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를 못 구하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선도 국가인 유럽마저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40%에서 45%로 상향하는 ‘리파워EU’ 정책을 발표했다. 신축 건물에 대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의무화,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발전 등) 비중은 고작 4.7%에 불과하다. OECD 평균(31.3%)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며 중국(28.8%), 미국(21.1%), 일본(21.8%) 등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 기준을 신재생에너지로 확대해 비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7%로, OECD 37개국 중 꼴찌인 37위를 차지했는데 이 정도면 국가 비교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후위기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손잡고 석탄과 가스를 덜어내는 연합작전을 펼쳐야 한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임을 인정해야 한다. IEA의 2021년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생산설비는 2020년에 비해 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이면 재생에너지가 현재의 화석연료와 원전의 생산능력을 합친 것보다 커진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를 정확히 봐야 한다.

핵전쟁보다 더 무서운 기후위기 폭탄이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끝으로,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제27차 기후변화당사자회의(COP27)’가 열렸는데 안토니우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의 연설문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인류는 아직도 기후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고 있다.”


bons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