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분석 등 대응 전략 고심
안건 선정, 외부공격 차단 고려
태광·트러스톤 치열한 표대결 예고
“작년과 비교해 담당자들이 상법 등 관련법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법에 따라 이번 주주총회에서 대응을 해 나갈 예정이다.” (태광그룹 관계자)
국내 행동주의펀드가 최근 활발한 주주 활동에 나선 가운데 오는 3월 정기 주총 시즌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예고해 재계와 금융권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연관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5면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주행동주의를 앞세운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에 대응해 재무팀 등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관련법 분석에 돌입했다. 나아가 주총 안건 선정에서부터 외부 공격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 등도 적극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행동주의는 경영진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는 소극적 투자자가 아닌 기존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투자자를 의미한다.
먼저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내달 주총에서 치열한 표대결을 예고 중이다. 태광산업의 지분 5.88%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태광산업에 ▷배당성향 20% 이상으로 상향 ▷주총에서 공정한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보냈다.
트러스톤운용은 지난해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을 때도 “주주대표소송을 내겠다”고 공방을 벌였다. 양측의 계속된 신경전은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 결과에 따라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과 안다자산운용은 KT&G 측에 “KGC인삼공사의 인적분할 후 상장해야 한다”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KT&G에서는 “분리상장 추진은 장기적 관점의 기업가치와 주주적 관점의 실익이 적다”고 밝히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4일 이사회에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안건을 이번 주총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현재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어 삼성전자 측도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행동주의펀드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상황도 부담 요소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영입을 통해 견고한 방어벽을 구축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토종펀드 KCGI와 장기간 표 대결을 벌여왔던 대한항공은 이전에 6명이었던 이사회 구성원 숫자를 13명으로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연구하고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법조계 인사와 재무·금융전문가로 이사회 구성원을 더했다. 대표적으로 의사회 의장인 법률전문가 김석동 이사(전 금융위원장), 재무 금융전문가인 박영석 이사(전 자본시장연구원장)와 임춘수 이사(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 대표)가 꼽힌다.
반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과 주주제고 등의 측면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SK케미칼을 상대로 “SK디스커버리의 SK케미칼 공개 매수가격이 너무 낮다”고 공개 주장했다. 이후 SK케미칼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바 있다.
이와 관련 4대 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주주환원이나 이사진 중심 경영 등을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대응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면서 “다만 행동주의펀드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선진경영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이번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건을 관철시키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금융지주 7곳에도 주주환원 확대를 요청한 상태다.
경제계에서는 행동주의펀드의 긍정적인 역할은 인정하면서도 “(펀드 측에서) 여론전에 몰두하거나 단기적인 몸값 올리기에 치중할 경우 기업의 정당한 경영 활동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오연주·양대근·김성우·김은희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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