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문송’합니다. 창업 외엔 답이 없네요.”
한 서울 4년제 인문계 졸업자는 지금도 담당 교수와의 취업 상담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교수님도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답답한지 ‘그래도 우린 좋은 시민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며 “먹고살기 힘든, ‘좋은 시민’으로 사는 게 인문계의 운명”이라고 전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는 이 시대 처절한 현실이 담긴 토로다. 취업이 보장된 반도체학과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이력서에 한 줄 넣을 자격증이라도 있었으면 싶다.
인문계 출신, 창업에 몰린다
창업한 이들 중 인문계 출신이 가장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번듯한 법인 기업도 아닌, 대부분 홀로 시작하는 개인기업이다.
제조업 창업은 당연히 공학계열이 많고, 학원 등은 당연히 예체능계 출신이 많다. 인문계 출신은? 식당이나 상점, 부동산 창업에 몰리고 있다.
창업진흥원이 전국 창업기업(사업 시작 후 7년 이내)의 특성을 조사한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창업기업 중 전문대졸 이상 학력의 창업자 전공은 인문계열(15%)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공학계열(14.1%), 상경계열(8%), 예체능계열(5.3%), 자연계열(5.4%), 교육계열(3%), 기타(2.9%), 의학계열(1.5%) 등의 순이었다.
고졸 출신의 창업자 전공에서도 인문계가 18.2%로 실업계(15.1%)나 예체능계(0.2%)보다 많았다.
인문계 출신이 가장 많이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셈인데, 더 주목할 건 기업의 형태다. 법인형태의 기업에선 공학계 출신이 많았고, 개인이 운영하는 기업은 인문계가 많았다.
즉, 인문계 출신은 개인 창업을 주로 하고 있고, 공학계 출신은 주로 법인 형태로 시작한다. 그만큼 인문계 출신자들의 창업이 규모나 사업모델 측면에서 더 영세하단 의미다.
제조업은 공학계열, 학원은 예체능계열…인문계열은 소매·음식점 창업
인문계 출신 창업자들의 업종을 보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정보통신업종 창업은 공학계열이 월등히 높고, 학원 등 교육 서비스 업종에선 예체능계 출신이 압도적이었다. 제조업도 공학계열 출신이 가장 많이 창업한 업종이다.
인문계가 다른 전공자들보다 더 월등히 많이 창업한 분야는 다름 아닌 도매·소매업, 숙박·음식업 등이다. 그리고 부동산업. 업종을 비교해도 인문계 출신의 창업 기업은 법인 형태가 아닌 개인 형태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편, 창업 시 필요한 자금은 평균 3.1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창업자 학력으론 대졸이 40.9%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고졸(34.2%), 중졸 이하(10.6%), 전문대졸(8.3%), 석사(5%), 박사(1%) 순이었다.
창업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교육 지원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창업진흥원 측은 “창업하기 전 창업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5.2%이고,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84.8%”라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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