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기술”
경기 회복기 시장 지배력 추가확장 포석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기술로 평가받는 첨단 패키지 연구개발(R&D) 역량을 점검하면서 ‘메모리 초격차’에 대한 삼성의 의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이 메모리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감산 없이 설비 투자를 지속, 반도체 경기 회복기에 시장 지배력 추가 확장을 노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 17일 이 회장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웨이퍼 레벨 패키지(WLP)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삼성전자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보고 경영진에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의 주문대로 삼성은 기술 투자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방식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 역시 사내에 “업계 전반적인 움직임과 달리 삼성전자는 투자를 축소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메모리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의 기술 추격이 거세지면서 사내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주요 D램 제품 가격이 2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최근 업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018년 8달러를 상회하던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1월 평균 고정거래 가격이 지난 1월 말 1.81달러를 기록했다. D램 제품의 평균가격은 지난해 4분기에 기준 직전분기보다 20~25% 떨어졌는데, 다시 올해 1분기에는 직전분기보다 13~18% 가량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격 하락 흐름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대규모 ‘치킨게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치킨 게임이 진행되더라도 과거 두 차례만큼 파괴력이 있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단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투자를 올해 줄이면서 적극적인 감산에 나서고 있다. 또 삼성이 인위적 감산을 하진 않지만 기술공정 변환과 팹(공장) 가동 조절을 통한 자연적 감산으로 대응하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장기적인 시장 지위 변동에 대한 우려는 제기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운영 중이다. 감산과 더불어 미국·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팹 가동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직원 10% 감원 목표를 발표한 마이크론은 내년 5000명가량을 구조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전환에 따른 추가 감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을 제외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감산 경쟁에 따른 두 기업간 향후 시장 판도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삼성은 경쟁 기업들의 감산에도 무감산 정책을 유지하며, 향후 D램 경기 회복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엔 당장 메모리 기업의 시장 점유율에 급박한 변화는 없겠지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감산 기조로 볼 때,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기가 되면 삼성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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