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영양소가 풍부해 ‘완전 식품’으로 불리던 우유가 최근 이와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오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만큼 뼈 건강을 위한 건강 식품이 아니라는 연구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식물성 우유 개발도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우유 소비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우유가 뼈 건강 지킨다?…“오히려 골절 많이 생겨”
그동안 우유는 아이의 성장을 돕고, 중년층의 뼈 건강을 지켜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일본의 과학저널리스트 이쿠타 사토시 박사(전 미국 일리노이공대 화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 주간지 프레지던트 온라인판을 통해 이와 전혀 다른 내용을 주장했다.
그는 “우유를 마신다고 키가 크는 것은 아니다”며 “무엇이든 먹기만 하면 영양이 채워지고 키가 커진다. 최종 신장(키)은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유를 마시면 뼈가 강해진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유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나 지역은 상대적으로 뼈가 튼튼하고 골절이 적을 것이지만, 데이터를 보면 그 반대”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데이터는 1986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영양학저널(Journal of Nutrition)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 결과 미국, 뉴질랜드, 스웨덴, 이스라엘 등 유제품 섭취량이 많은 국가는 싱가포르, 홍콩처럼 유제품 섭취량이 적은 국가에 비해 뼈 골절이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현상을 ‘칼슘 역설’이라고 부른다. 즉, 칼슘 섭취량이 많은 나라일수록 오히려 골절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쿠타 박사는 “우유가 노인의 골절 예방이나 뼈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과학자의 동의를 얻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이 같은 주장이 발표됐다. 이의철 차의과대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도 2021년 저서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에서 “우유를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과도하게 먹을 경우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칼슘이 몸에서 빠져나가 뼈가 약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에도 비슷한 연구가 나왔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게재된 논문에서 성인 10만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우유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골절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의 식품 섭취 방침을 바꾸기에는 취약할 수 있다”며 “흡연, 음주, 체중 등의 다른 요소를 충분히 더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반된 연구결과 많아”…정확한 원인 분석·추가 연구 필요
우유에 대해 기존의 통설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보고되고 있으나, 현재 의학계나 영양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 상태다. 우유가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들도 꾸준히 보고돼왔기 때문이다.
2018년 ‘골다공증 국제저널’에 실린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의 논문은 “20년간 중년층 12만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을 많이 소비하는 집단일수록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고관절 골절 위험률이 낮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우유 섭취와 뼈 건강·골절 위험과 상관관계를 밝히려면, 지금보다 정확한 원인을 분석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가 많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