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일 아담 피셔와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28~30일 흐루샤와 밤베르크, 협연엔 김선욱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계적인 거장과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명 지휘자’들이 온다. 헝가리 출신의 아담 피셔(74)와 체코 출신의 야쿠프 흐루샤(42)다. 두 마에스트로는 저마다의 주무기를 장착한 악단들과 한국을 찾아 ‘음악적 교감’을 나눈다.
14년 만에 한국을 찾는 거장 아담 피셔는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한국 관객과의 만남은 물론 한국 음식에 대한 애정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선 김치전도 꼭 맛볼 계획이다.
“한국 관객들은 서양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정말 높아요. 독일 사람들이 한국의 전통음악을 그렇게나 이해한다는 건,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일이죠. 한국의 높은 문화적 수준, 음악적 수준에 감탄하고 있어요. 이번 한국 방문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특히 한국 음식이 기대됩니다. 불고기를 두꺼운 팬에 올려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먹어보고 싶고, 제가 좋아하는 김치전도 먹고 싶어요.”
야쿠프 흐루샤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10,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했고, 2006~2007년엔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오케스트에서 보조 지휘자로 활동했다. 당시 음악감독이 정명훈이었다. 그는 “지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지휘자 중 한 명은 정명훈 지휘자”라며 “그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 이후 애정을 갖고 서울시향을 방문했어요. 2013년엔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연주했는데, 이 곡은 한국에서의 연주가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에요. 개인적으로도 한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곡으로 제게 남아있습니다. 당시 객석도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차 있었죠. 제 오케스트라와 그 경험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번 투어가 정말 기대됩니다.”
각기 다른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서로 다른 음악세계를 들려줄 두 지휘자를 각각 e-메일로 만났다.
거장 지휘자의 모차르트
‘모차르트의 영혼과 가장 가까운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가 만났다. 180여년간 모차르트의 정신을 이어온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주인공은 아담 피셔.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오케스트라의 단원 한 명 한 명이 마치 모차르트와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 것처럼 모차르트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동생 이반 피셔와 함께 세계적인 지휘 거장으로 ‘추앙’받는 그는 내한을 앞두고 “이 오케스트라만의 모차르트에 대한 깊은 음악적 친밀감과 이해력을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악단의 정체성은 모차르트다. 1841년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와 두 아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악 앙상블이 악단이 시초가 됐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 자리한 ‘모차르트 기념 재단(모차르테움)’과 함께 모차르트의 정신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아담 피셔는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는 9일(롯데콘서트홀) 시작, 10일(예술의전당), 11일(경기아트센터)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메뉴인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협연한다.
레퍼토리 역시 모차르트로 채워졌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 5번, 모차르트 교향곡 제 35번이다. 특히 교향곡 25번과 함께 딱 두 개 뿐인 단조인 40번을 연주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설적인 지휘자 브루노 발터(1876~1962)는 ‘당신이 50세 이하라면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지휘할 시도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저 역시 50세 이전에 이 곡을 연주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부족했어요. 이 곡은 마치 기적으로 가득한 인생의 경험과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곡이에요.”
아담 피셔에게 모차르트는 특별한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말러, 버르토크와 같은 19~20세기 음악에 탁월하면서도 동시에 모차르트와 하이든과 같은 고전주의 음악에도 ‘최고 해석자’로 꼽힌다. 그는 “하루 종일 오디오 앞에 앉아서 모차르트를 들을 수 있다”고 할 만큼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모차르트는 인간의 감정을 음악에 담기 시작한 작곡가예요. 인간의 희로애락. 질투와 사랑… 전 아직도 모차르트 보다 인간의 감정을 더 잘 담아낸 작곡가를 알지 못해요. 모차르트와 하이든은 교향곡의 오리지널, 시초라고 할 수 있어요. 몇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굳건히 살아있어요.”
‘지휘 거장’인 피셔 형제는 정치적 발언에도 거침 없고, 국제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2010년 말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정부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해 헝가리 국립 오페라단 음악감독에서 물러났다. 20년간 헬싱키 인권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가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이든은 ‘내 언어는 전 세계가 이해한다’고 했다”며 “음악가들은 국가주의에 반대하고, 인종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 권력 앞에서 예술이 무력하다 느끼고, 때때로 나약함을 느끼죠. 하지만 내 음악으로 한 사람이라도 설득했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고 그것으로 하나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전 굉장히 운이 좋아 많은 기회를 얻었고, 그래서 성공한 음악가가 될 수 있었어요. 인생에서 좋은 운과 기회를 받은 사람은 그보다 덜 운이 좋은 사람들을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행동엔 언제나 음악이 있어 더 큰 힘을 가진다. 아담 피셔는 젊은 시절부터 오스트리아-헝가리 하이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체득한 음악적 전통을 바탕으로 역사주의 연주 양식을 연구하고 시대악기 단체를 지휘했다.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빈 고전주의를 해석하고, 꾸준한 음반 작업으로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 그는 “나는 늘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지휘자로의 전 다른 이들을 하나로 융합시키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강력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끌어낼 수 있어요. 한 때는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해보기도 있지만, 늘 내 소리에 만족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휘를 할 땐, 다른 이들의 음악을 깨닫게 해주며 아름다움을 느끼죠. 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늘 새로운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것. 그게 제가 음악과 지휘를 사랑하는 이유예요.”
체코의 숨결을 품은 독일 관현악과 차세대 거장
인구 7만 명,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에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가 있다. 악단의 역사가 독특하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체코에서 이주한 음악가들은 1946년 악단을 결성했다. 77년의 역사를 품으며, 독일의 중요한 오케스트라로 부상한 밤베르크 심포니. 이 곳의 다섯 번째 상임지휘자가 체코 출신의 ‘차세대 거장’ 야쿠프 흐루샤다.
“밤베르크 심포니와 체코 필하모닉의 선조들은 프라하에서 함께 1787년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초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두 오케스트라는 사촌 오케스트라(Cousin orchestra)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겠죠?”
밤베르크 심포니와 체코 필하모닉은 음악적 DNA를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1787년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1908년 말러 교향곡 7번이 세계 초연된 체코 프라하엔 독일 음악가들이 상당히 많았다. 19세기에는 독일인 음악가로 구성된 ‘프라하 독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들이 밤베르크 심포니의 시초가 됐다.
밤베르크 심포니의 내한은 7년 만이다. 28일(대구콘서트하우스)을 시작으로 29일(서울 예술의전당), 30일(경기아트센터)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공연에선 악단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를 꾸몄다. 흐루샤는 “밤베르크 심포니의 정체성은 체코와 독일이 공존하는 역사적 의식과 진정한 독일로부터의 뿌리의 결합”이라며 “이러한 점이 우리의 레퍼토리에도 반영된다”고 했다.
내한 공연에선 체코 음악의 원색 그대로를 담아내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 9번을 통해 밤베르크 심포니의 역사를 꺼내 보인다.
“드보르자크는 밤베르크 심포니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예요. 우리는 드보르자크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사랑하죠. ‘보헤미안 사운드’를 가진 이 독일 오케스트라와 체코 지휘자인 제게 이상적인 음악이기도 해요. 특히 이번 한국 투어에서 연주할 8, 9번은 제가 생애 처음으로 연주한 풀편성의 오케스트라 작품이라 가장 친밀감을 느끼는 교향곡이에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협연에선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다. 그는 “김선욱은 아시아와 유럽, 특히 독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잘 알려진 훌륭한 아티스트이지만 이번 협업은 처음”이라며 “그의 음악에 대해 아주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전 음악을 만들어 나갈 때 시각적인 장면을 거의 떠올리지 않아요. 지휘자인 제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분위기, 인상, 표현이에요. 감정은 작품의 음악적 구조를 만드는 ‘지능적인 면(intelligence)’과 결합돼 음악의 디테일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음악을 이끌어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객석에서 이 말을 떠올린다면 저희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템포, 표현, 강조, 균형, 음색, 개성을 상상하며 연주에 매혹된다면, 아주 커다란 즐거움으로 다가올 겁니다.”
흐루샤는 지금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지휘 거장’이다. 밤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체코 필하모닉과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2025년 가을부턴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음악감독직을 맡는다.
“지휘자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음악가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음악적 영감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이 지휘자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거나 머리로 알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지휘자들의 방법은 다르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아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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