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주거형태는 이미 아파트가 대세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총 가구수 가운데 아파트가 절반이 훨씬 넘는다.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58.4%)이 사는 셈이니 아파트 거주율은 단연 세계 최고다.

아파트 경비원 수도 적지 않아 하나의 직업군을 형성할 정도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25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60대 전후 초로(初老)의 ‘아저씨’들로 형편이 넉넉지 않은 취약계층이다. 여기를 떠나면 다른 일자리도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일에 대한 애착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인생의 마지막 직장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내년부터 경비직종 종사자에게도 최저 임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저 임금이라도 보장해주겠다는 착한 의도지만 경비아저씨들은 영 반갑지 않다.

이들은 지금 법에 정한 최저임금의 90% 가량만 받고 있다. 한 달 일해야 120만~130만원 선이지만 더없이 소중한 수입이다. 그런데 100%가 적용되면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적어도 10% 정도는 경비 점퍼를 벗어야 한다. 실제 4년전 최저임금 적용률을 80%에서 90%로 올렸을 때도 그만한 숫자의 경비원을 줄였다. 차라리 조금 덜 받더라도 직장을 지키고 싶은 게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이들을 칼바람 몰아치는 길거리로 내몰지 않아도 될 듯하다. 가령 100가구가 사는 아파트 한 동에 경비원 2명이 있다고 치자. 한 집에서 5000원씩만 더 부담하면 한 사람당 25만원 정도 월급을 올려줄 수 있다.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커피 한 잔 값 아낀다는 마음이면 마련되는 돈이다.

물론 더 좋은 방법도 있다. 엊그제 국회에서 열린 ‘입주민-경비원 상생 사례 발표회’에선 단지 내 난방비와 전기료를 아껴 경비원들의 급여를 올려준 사례가 소개됐다. 고용도 용역회사를 통하지 않고 주민이 직접 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신분 보장을 아예 못박은 곳도 있었다. 상생의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 혜택은 결국 입주민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아저씨들은 더 안전하고 세심하게 아파트를 경비하고 관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비원 대량해고 사태를 빚은 서울 압구정동 한 아파트의 사례는 아쉬움이 남는다. 따지고 보면 경비원도, 입주민도 다 피해자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 아파트는 평소 경비원들에게 후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임금도 다른 데 보다 훨씬 많았고 명절이나 휴가 때 보너스도 꽤 두둑했다. 그런데 분신 사망사건이 생기고 노동단체들이 개입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은 인격을 무시하는 ‘나쁜 사람’으로 일방 매도당했다. 그러니 화도 났을 것이고, 계속 노동단체들과 각을 세울 이유는 눈곱만큼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달 초 용역해지 방식으로 70여명의 경비원이 모두 해고됐다. 누구도 원하지 않은 결과이다.

양극화는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시대적 과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관심과 애정이 있으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당장 내가 사는 아파트 경비아저씨 일자리 정도는 내가 지켜줄 수 있지 않은가. 문제는 더불어 함께 지내는 상생(相生)의 마음이다.